베트남 공장 짓는다더니… 투자금 194억 유용한 하이소닉 전 대표 실형 확정

입력
2024.10.06 13:49
새 경영진 횡령 범죄 방조 혐의도

해외 투자 확대 명목으로 200억 원대 투자금을 끌어모은 후 공시와 달리 대부분의 돈을 경영권 방어 등에 유용한 코스닥 상장사 하이소닉(옛 지투하이소닉) 대표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하이소닉 류모(56) 전 대표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0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동업자 배모(52)씨와 김모(53)씨에겐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이 유지됐고, 이들에게 벌금 100억 원을 선고유예한 원심도 확정됐다.

휴대폰 부품 개발·생산사인 하이소닉은 2016년 200억 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을 발행해 베트남 공장 증설과 원재료 구입 등에 쓸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그간 갈등을 빚어온 최대주주와는 공동 경영에 합의해, 당분간 경영권 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이소닉은 그러나 최대주주와 공동경영에 합의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류 전 대표 측은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약정했고, BW를 발행한 건 지분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은 200억 원 중 발행비용을 제외한 193억8,000여만 원이 지분 매입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류 전 대표 등에겐 2018년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새 경영진의 횡령을 방조한 혐의도 더해졌다. 당시 하이소닉을 사들인 곽모(51)씨는 인수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채를 끌어들였다가, 회삿돈 92억 원을 사채자금 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횡령 등 혐의로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이 확정됐다.

1심은 류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배씨, 김씨에겐 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벌금 각 100억 원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곽씨보다 중한 형을 부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형평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형을 감형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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