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으로 여겨졌던 이스라엘의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일부 뚫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란이 1일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최대 32기가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 기지 주변 도로 등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네바팀 기지는 F-35 라이트닝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이스라엘 공군의 최첨단 전투기의 격납고가 위치한 곳이다.
미 CNN 방송은 앞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중 2기가 네바팀 기지 격납고를 12m 차로 빗나갔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쏜 미사일이 명중하지 않았지만, 목표물에 이처럼 가깝게 접근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비확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32개의 미사일은 엄청난 개수"라며 "사람들은 방공체계의 성능에 대해 환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공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상층 방어체계이자 이스라엘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리는 '애로우-3'와 함께 2017년 실전 배치된 '다비즈 슬링'(David's Sling·다윗의 돌팔매)이 중거리 미사일 요격을 담당한다. 여기에 2011년 3월 처음 선보인 아이언돔은 요격 고도가 4∼70㎞로, 각 포대에 20기의 요격미사일을 쏠 수 있는 3∼4개의 발사대를 갖추고 있다. 특히 단거리 로켓을 요격하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처음 타격했을 당시 순항미사일·드론·지대지 미사일 등 이란이 동원한 300기 이상의 공중무기의 99%를 요격했다. 하지만 이란이 1일 공격 때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 등을 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독일 함부르크 평화연구및안보정책연구소(IPRSP)의 군축 분야를 이끄는 울리히 쿤은 "미사일이 빠를수록 막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며 "특정 표적을 향해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방공체계를 압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