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의 집단휴학 승인이 다른 의대로 확산될 조짐에 교육부가 의대 운영 대학 총장들을 소집해 단속에 나섰다. 교육당국은 의대생 복귀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4일 오후 오석환 차관 주재로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서울대 의대 집단휴학 여파와 2학기 학사 운영 현황 등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 집단휴학 승인과 관련해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로 보기 어려우므로 대규모 집단휴학이 승인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의대가 약 780명의 의대생 휴학을 일괄 승인하자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이어 40개 의대에 동맹 휴학을 허가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서울대 의대가) 800명에 달하는 학생 중 780명을 (휴학) 승인하게 되면 교육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걸 아예 기정사실화하는 건 교육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의대 측은 집단 수업 거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휴학을 승인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유급 처리돼 제적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학기 의예과 1학년(재적생 142명) 과목으로 14개 과목이 개설됐지만 수강신청을 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의예과 2학년(154명)은 16개 과목 중 14개에서 아무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도 의예과 1학년 31명, 2학년 33명에 불과하다.
이날 회의에서 총장들은 2학기에도 의대생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 의대 운영 사립대 총장은 본보에 “휴학 승인 여부보다 의대생 수업 거부가 계속될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한 국립대 총장은 “동맹 휴학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휴학을 승인하기는 어렵다”며 “휴학을 승인해주면 2학기에라도 들어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고, 그러면 내년 수업을 2배로 열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를 중심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학내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처럼 의대생 휴학 승인 권한이 총장이 아닌 의대 학장에게 있는 20여 개교는 휴학 승인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이 1학기 휴학을 승인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모아 학장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휴학 승인을 안 해주면 과도한 수업 부담 때문에 돌아오기 힘들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의대 학장은 “휴학을 승인하지 않으면 일부 학생들은 내년 유급에 따른 제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수업을 듣지 않은 1학기라도 휴학을 승인해주고, 2학기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장 수석은 이날 라디오에서 “학생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그동안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비상적인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고 조만간 교육당국에서 의견을 수렴해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