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만5,000명의 경북 울진군에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유보됐던 신한울 원자력발전 3·4호기 건설공사가 신청 8년 만인 지난달 13일 첫 삽을 떴기 때문이다. 건설 공사비만 11조7,000억 원에 달하고 하루 최대 3,000명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울진군은 물론이고 원자력발전소와 인접한 강원 삼척시까지 들썩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가 한창인 울진군 북면 고목리 앞 도로. 개천절인 휴일임에도 흙을 가득 싣고 발전소 안팎을 드나드는 25톤 대형 덤프트럭들 소리가 요란했다. 발전소가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남문부터 한울원자력본부 행정동 건물이 있는 정문까지 약 5㎞ 도로변에는 조립식 건물 형태의 뷔페식당들이 간판에 불을 켜고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대형 건설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속칭 '함바집'들로, 신한울 1·2호기 건설 때인 2010년께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가 신한울 3·4기 공사가 미뤄지면서 낭패를 본 가게들이다.
이곳에서 12년째 함바집을 운영하는 박중규(67)씨는 “본래 신한울 1~4호기가 연달아 공사에 들어간다고 해 10여 년 전 (함바집을) 지었는데 1·2호기를 끝으로 중단되면서 지난 5년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요즘 숙소 입주 관련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어 손 볼 곳이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공사비만 1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신한울 3·4호기는 4호기가 완공되는 오는 2033년까지 연인원 736만 명, 하루 최대 3,000명 이상 투입된다. 원전 인근 함바집과 한울원자력본부가 있는 북면과 죽변면, 울진군청이 있는 울진읍에 원전과 인접한 삼척시까지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우진(54) 울진 드림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부지 사전 정비 단계여서 아직은 노동자 수가 많지 않은데도 임대료가 오르는 추세”라며 “신한울 1·2호기 때처럼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숙소난'은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의 최대 고민거리다. 방 20~50개를 갖춘 대형 숙소 17개 동 중 9곳이 공사가 중단된 지난 5년 사이에 해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천정부지로 오른 건축비 때문에 민간 업자들이 새로 숙소를 건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부동산 중개업자 임모(72)씨는 “7년 뒤 원전이 준공되면 건설 인력이 빠져나가는 데다 최근 건축비가 많이 올랐다”며 “숙소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집을 짓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울진군도 숙소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울진군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하루 최대 3,110명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가 필요하지만 확보된 곳은 330명이 지낼 정도다. 황용희 울진군 원자력정책팀장은 “숙소가 부족해 건설 인력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며 "경북개발공사와 임대주택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 지역 주민들은 원전 건설로 얻는 법정지원금이 정주여건 개선 등 지속 가능한 도시 건설에 재투자되길 희망하고 있다. 울진군은 신한울 3·4호기로 공사 기간 7년과 이후 60년간 운영 사업 기간에 2조3,836억 원의 법정지원금을 받는다. 지난해는 기존 운영 중인 원전 8기로 1,325억 원의 법정지원금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울진군 총예산 9,688억 원의 약 13%에 해당한다.
김정희 울진군의회 의장은 "원전 지원금은 울진군민의 미래를 담보로 받는 돈"이라며 "원전 건설과 운영으로 유입되는 많은 노동자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의료,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 사업에 쓰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