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 그리고 지역화폐법 3개 법안의 재의 표결이 어제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일방 처리와 위헌성을 이유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춰 국민의힘이 부결 당론을 정한 결과다. 투표 결과로 보면 국민의힘에서 3, 4표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재의표결 정족수(재적의원 300명 중 200명)를 채우지 못했다. 21대에 이어 22대까지 김여사와 채상병 특검은 각각 두차례, 세차례 야권 일방 처리-거부권-재의표결 부결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야권은 재발의를 공언하는 터라, 정치 마비 악순환을 국민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탄식만 나올 따름이다.
무엇보다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 모색 없이 방패막이에 나선 집권세력의 안이한 상황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3개 법안에 대한 부결 당론을 확정하면서 ‘야당이 수사기소권을 틀어쥔 위헌적 특검’, ‘정부의 예산편성권과 지자체의 자율적 정책결정 권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명품백 수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었고, '공천 개입설'이나 ‘한동훈 당대표 공격사주’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김 여사 문제는 ‘정치 블랙홀’이 된 마당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해명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여당 내 일각에서 '특단의 조치'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작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것과 달리 대통령은 물론 친윤, 친한계 갈등에 갈피를 못 잡기는 마찬가지다. 정국 혼란 속에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질 못하니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조차 최저 지지율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각종 부정적인 여론조사로 볼 때 마냥 막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통령 탄핵 수순이나 이재명 사법 리스크 물타기 등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한 채 사태 해결을 외면하면 정권 위기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은 특히 김 여사 문제의 심각성과 여론 악화를 직시해, 야당과의 협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법과 출구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국가동력과 국민 사기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