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확 늘어난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시설 짓고, 고용 한국인 퇴직연금 지급하고

입력
2024.10.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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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군사건설·군수지원으로 구성
"급격한 비용 상승 막기 위해 적극 협상"


정부는 4일 타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향후 5년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분담금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차 협정 당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하면서 분담금이 급증했다는 우려를 감안,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이전처럼 소비자물가를 연동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26년 분담금 총액은 1조5,192억 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우리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 및 관리비용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한 금액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작년 분담금 대비 8.3% 증가분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 전체 예산 1조5,131억 원(문화체육관광부 확정안)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들 분담금의 용처는 ①인건비 ②군사건설 ③군수지원으로 나뉜다. 인건비는 대체로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들의 임금으로 쓰이고, 현물로 제공되는 군사건설 비용은 국내에 설치되는 전투 및 업무시설 건축 및 유지, 관리 비용을 뜻한다. 군수지원의 경우 관련 사업 용역 및 물자,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에 활용된다.

"늘어난 방위비, 내수에 더 쓰여야"


정부는 특히 이번에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를 현물 군사건설 사업비의 3%에서 5.1%로 늘려 군사건설 사업의 품질과 안전관리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도록 했다고 했다. 이는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에 따른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 방지 및 인력 증대에 드는 비용 등을 현실에 맞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한 분담금을 사용한 수리·정비 용역에 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해당됨을 명시, 역외자산 정비 지원을 폐지했다. 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에서의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제도 도입한 점도 이번 협정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늘어난 방위비가 내수로 이어지도록 한층 더 노력하고, 산업 분야에서 실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함께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우리가 제공하는 방위비가 국내에서 소비되도록 앞으로도 협상을 잘 이끌어 내야 한다”며 “방위비 인상이 배터리나 자동차 산업 등 안보 영역 외 영역에서의 협상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부처 간 논의를 통해 촘촘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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