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에게 냄새난다" 도착 후 대리비 안 준 '벤츠 차주' 논란

입력
2024.10.04 15:08
"벤츠 차주, 대리 기사 '냄새' 지적" 영상 확산
도착 후 대리업체 전화해 "결제 안 할 것"
"노숙인이 대리기사 하나" 막말도
대리기사, 자기 옷 냄새 맡으며 사과

대리운전기사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모욕을 주며 대리운전 비용을 주지 않는 차주에게 연신 사과하는 대리 기사의 모습이 찍힌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벤츠남 대리 불러놓고 대리 기사 냄새난다고 돈 안 줌'이란 제목의 글이 현장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어젯밤(2일 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진 일인데) 대리 기사에게 냄새가 난다고 대리비를 못 준다고 한다"고 적으며 약 5분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을 보면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차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흰옷을 입은 대리 기사에게 "기본이 안 된 사람한테 내가 왜 돈 2만5,000원(대리운전비)을 줘야 하냐"고 따져 묻는다. 대리 기사는 자신의 옷에 냄새가 나는지 직접 맡아 보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남성은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어 "요즘은 노숙자 비슷한 사람들도 대리운전을 하느냐"면서 "내 차에 (대리기사의) 냄새가 다 배었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대리운전 비용을)내 카드로 결제하지 말라"고 말했다. 대리 기사는 자신의 옷 냄새를 계속해서 맡은 뒤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남성은 대리 기사에게 "냄새나는 것도 모르고 사느냐"고 다시 따졌고, 대리 기사는 "냄새가 난다, 인정한다"면서 재차 죄송하다고 했다.

"일감 끊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 마음 아파"

영상을 올린 A씨는 "대리 기사가 자기 옷 냄새 맡는 장면이 너무 짠했다"며 "기사님은 계속 사과하고 (이 차주가)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하면 배차가 안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대리 기사로 하여금) 냄새나는 거 인정하게 해서 돈도 안 줬고, 결국 지켜보던 (다른) 분이 계좌로 대리 기사분에게 돈을 챙겨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차주가 꼭 이분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해당 게시물은 중고차 시장 거래자 등이 주로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3일 오후 게재됐고 약 하루 새 12만5,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다른 커뮤니티에도 확산하고 있다.

이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수백 개의 댓글을 달며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대부분은 "동영상을 보니 진짜 화가 난다. 대리 기사님 불쌍하다", "기사님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남기며 차를 운전해 줬는데도 대리 기사에게 돈을 안 준 차주를 비판했다. 일부 누리꾼은 "얼마나 냄새가 났으면 저럴까, 나도 저런 경험 있다"며 차주에게 공감하기도 했으나, 다른 누리꾼은 "그러면 (대리기사를 태우고) 출발하기 전에 돌려보냈어야 한다. 집 도착해서 돈 안 주는 건 무슨 경우냐"고 반박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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