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맞춤법 파괴 자막, 아쉬움 남는 까닭

입력
2024.10.15 21:40
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삼시세끼 라이트'
"한글 망가뜨리는 자막, 맞춤법 사용에 혼란 부를 수 있다"

'삼시세끼'가 돌아왔다. '삼시세끼 라이트'를 통해서다. 출연자들이 형성하는 따뜻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경들이 대중의 마음을 다시 한번 사로잡고 있다. 다만 자막의 활용법에 아쉬움이 남는다.

tvN '삼시세끼 라이트(Light)'는 지난달 2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농촌, 어촌, 산촌을 누비며 얻은 온갖 재료로 삼시세끼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를 담는다. '삼시세끼 어촌편' '삼시세끼 고창편' '삼시세끼 산촌편' 등 이전 시리즈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만큼 '삼시세끼 라이트'에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삼시세끼 라이트'는 평화로운 분위기와 유쾌한 내용으로 채워지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삼시세끼 라이트'가 한글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1화에는 "도라이바 마아학…!' "예전엑ㅋㅋㅋ픕 츠암 많이 들었던 소리야" "츠암 그럴 시간 있으면 가서 한 자라도 더 디다(?) 봐라" "시끄러워서 못 자겠넹ㅠ" 등의 자막이 등장했다. 2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자신 있어어?" "그래에에에" 등의 글이 화면을 채웠다.

이러한 자막들은 '삼시세끼 라이트' 시청자들에게 친숙함을 안겼다. 또한 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도 출연자가 어떤 말투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처럼 맞춤법을 파괴하는 자막들이 공신력 있는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사용돼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가 맞춤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다가, 최근 한국 예능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의 우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역시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우려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본지에 "'착한'을 '차칸'으로 쓰는 등 고의적으로 한글을 망가뜨리는 자막은 맞춤법 사용에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시세끼 라이트'에 등장한 '도라이바'는 일본식 발음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드라이버의 비표준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출연자가 '도라이바'라고 말하니까 자막을 그렇게 넣은 거다. 만약 출연자가 그렇게 한다면 (제작진이) 드라이버라는 말을 사용하라는 조언을 해야 한다. 혹은 '도라이바(X) 드라이버(O)' 등의 자막으로 시청자에게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예능이 바람직한 방식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작진이 소리가 잘 안 들릴 때, 웃음을 주고 싶을 때 자막을 넣곤 한다. 다만 웃음을 안기기 위한 요소로 자막을 사용하더라도 맞춤법을 파괴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 맞춤법을 파괴하는 방식은 저열한 웃음 요소다. 사람들이 옳지 않게 표기된 말 때문에 웃는 경우도 사실 거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맞춤법은 최근 크게 위협받고 있다. '외않되?(왜 안 돼?)' '여자가 되(여자가 돼)' 등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린 용어들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 인기 예능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해 보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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