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보다 못해" 소방관 한 끼 식사 '시끌'

입력
2024.10.04 13:00
소방서 한 끼 급식, 최저 3000원대
식단표 없거나 영양사 없는 곳도
현업 공무원 1식 단가 4666원
조리원 등 인건비 빼면 극히 적어
지자체 급식비 지원  천차만별

소방공무원의 한 끼 급식단가가 적게는 3,000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편의점 도시락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소방서는 식단표가 없거나 영양사조차 없어 부실급식 우려마저 나온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 A소방서의 경우 한 끼 단가가 3,112원(부식비 기준)에 그쳤다. 경남의 B소방서는 3,852원, 전북 C소방서는 3,920원이다.

전남 D소방서, 강원 E소방서, 울산 F소방서, 서울 G소방서는 한 끼 급식 단가가 4,000원대로 확인됐다. 이는 소방청에서 전국 241개 소방서 가운데 지역별 1곳의 급식 단가를 표본 조사한 결과로, 지역 평균 단가와는 다르다. 일부 소방서는 부식비 기준 단가이고, 일부는 인건비와 부식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소방관들의 부실한 급식 실태는 지난 2015년 부산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밤새 화재를 진압하고,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소방관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소방관 처우 개선 목소리가 나왔는데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열악하다.

3,000원대 급식 단가는 주로 4,000원대에 형성돼 있는 편의점 도시락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서울시 공립고등학교의 무상급식 단가(5,398원), 서울시 결식우려아동 급식단가(9,000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소방대원들의 부실한 급식 실태가 알려지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교도소 재소자들도 이것보단 잘 먹겠다", "대형 화재 참사 때만 소방관 처우 개선 외치지 말고, 급식부터 개선해야 할 것 같다", "목숨 바쳐 인명구조 하는데 이렇게 먹어서 힘이 나겠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


3교대 공무원은 한 끼 단가 크게 떨어져

소방관들의 급식 단가가 낮은 이유는 공무원 정액급식비(14만 원)가 일반 행정공무원과 동일하지만 한 달에 20식(하루 한 끼)이 기준인 일반 행정공무원과 달리 3교대로 근무하는 현업 공무원들은 한 달에 30식(하루 세 끼)을 기준으로 삼아 한 끼 단가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 근무자의 한 끼 단가는 7,000원이지만, 현업 공무원의 한 끼 단가는 4,666원에 불과하다.

급식비에는 영양사나 조리사 인건비 등도 포함돼 있고, 일부 소방서는 14만 원 전액을 급식비로 사용하지 않기도 해 실제로 부식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탓에 영양사가 아예 배치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전남 지역 소방서에는 영양사가 아예 없었고, 전북·경북·제주 지역의 소방서에는 도 전체에 영양사가 각 1명에 불과했다.

급식 단가는 소방서별로 최대 2.2배까지 차이가 났는데, 이번 조사 결과 가장 급식 단가가 높았던 곳은 인천 H소방서(6,887원)였다. 제주 I소방서(6,705원), 충북 J소방서(6,255원), 경기 K소방서(6,200원)가 뒤를 이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조례를 근거로 부식비나 인건비 등 급식비 지원을 하고 있는데, 전국 18개 시도 가운데 8곳(부산·경기·경북·전북·전남·충북·충남·울산)에 불과하다. 지원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일부 지역은 조례가 없거나 조례가 있어도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 조례가 없지만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병도 의원은 "소방청은 인사혁신처와 현업근무자 정액급식비 인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시도별 급식체계 전수조사 및 조례 제정을 통해 급식체계 일원화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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