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이 집단 휴학을 승인하고 정부가 이에 대응해 즉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하자, 정부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면서 서울대를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해 놓고, 학생 휴학과 같은 일상 업무까지 관여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나름대로 "동맹휴학 문제는 국립·사립대 상관없이 고등교육기관 전체에서 허용되어선 안 되는 것"이라며 "의대생 휴학 여부는 대학의 자율성 차원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대를 둘러싼 독립성·자율성 논란은 이 학교 의대가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집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다른 대학들은 휴학 허가권이 총장에게 있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대 의대는 학칙(제66조 1항)상 허가권이 학장에게 있어 단과대가 휴학 승인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 설립 주체와 상관없이 정치·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동맹휴학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23조에 따르면 △입영 또는 복무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장기 요양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거나 임신 또는 출산할 때 △그 밖에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에 한해 휴학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학은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때 잠깐 쉬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휴학은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등교육법상 각 대학 지도·감독권이 정부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에 12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투입하는 동시, 같은 날 전국 40개 의대에 공문을 보내 "향후 대규모 휴학 허가 등이 이뤄지는 경우 점검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정부가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직후 감사단을 파견한 것을 두고, 학내에선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작된 '보복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 감사에 비판 성명을 낸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은 "학생의 성향이나 학업 환경을 잘 아는 것은 학과인 만큼, 휴학 승인도 단과대에서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렇게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것에는 서울대가 △국립대이면서도(고등교육법 3조 규정) △정부 직속이 아닌 국립대학법인의 관리를 받고 있는 '이중적 지위'가 한몫을 한다.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는 예산·인사·조직의 운영 등에서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서울대 세입세출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에 투입된 정부 출연금은 일반 국립대의 세 배가량인 약 5,700억 원이다. 서울대 전체 세입의 약 58%다. 또한 서울대 의대 교수에겐 국가공무원법이 준용되며, 올해 서울대병원에 대한 정부 출연금은 약 6,100억 원에 달한다. 말로만 '자율적 법인'일 뿐, 실제론 교육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서울대가 정부 돈을 받으면서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는 것이 근본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상징성이 있는 서울대가 휴학을 승인한 건 다른 대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순수한 개인적 사유로 휴학을 신청한 게 아닌데도 그걸 용인하는 건 결국 정책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과 자율권은 아예 다른 얘기라는 반론도 있다. 임정묵 교수회장은 "재정 지원은 학교 규모, 교수의 수, 연구의 질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고, 서울대 재학생 최모(22)씨도 "출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 대학이 정부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휴학 승인과 교육부의 감사는 다른 대학 의대의 집단 휴학 승인 여부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립대인 제주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서울대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만약 절차상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휴학 승인이 우후죽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대 관계자는 "우리도 휴학 승인 권한이 총장이 아닌 학장에게 있다"면서도 "법인인 서울대와 달리 교육부 지시를 직접 받는 국립대이기에 학장이 홀로 결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곧 있을 국립대 총장단 회의 결론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