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공의료기관과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총정원 대비 부족한 의사가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지방의료원은 연봉 6억 원을 제시하고서야 의사를 채용할 수 있었다. 공공의대 신설 등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공공의료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공공병원 217곳 중 91곳(41.9%)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부족한 의사 수는 국립대병원 14곳에서 2,841명,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지자체 소속 공공의료기관 40곳에서 309명, 보훈병원 8곳에서 109명, 국립중앙의료원 107명, 보건복지부 소속 공공의료기관 7곳에서 71명 등 총 3,563명이다.
16개 시도 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1,570곳도 지역보건법에 따라 의사 인력을 최소 1,956명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 근무 인력은 1,466명으로 490명이 모자랐다. 지역별로는 경북 110명, 전남 84명, 경남 76명이 부족했고 인력 기준보다 많은 의사를 확보한 곳은 서울(152.9%)과 제주(110%) 두 곳뿐이었다.
심지어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도 경북 94곳, 전남 93곳, 전북 81곳, 경남·충남 각각 77곳 등 모두 594곳으로 파악됐다. 그중 456곳은 비상근 의사가 순회 진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33곳은 한의사 등 기타 인력이, 28곳은 간호사가 담당하고 있었다. 아예 운영하지 않는 기관도 31곳이나 됐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진료과도 수두룩했다. 2022년에는 공공의료기관 38곳에서 68개 과목이 휴진했지만, 지난해에는 43곳 75개 과목, 올해 9월에는 44곳 88개 과목으로 매해 늘었다. 심지어 대구시서부노인전문병원에서는 2008년 5월부터 16년째 재활의학과가 휴진 중이고, 국립재활원은 2016년 10월부터 이비인후과 진료가 중단된 상태다. 필수의료 공백도 심각해 국립부곡병원 내과, 서울시서북병원 소아청소년과, 안동의료원 일반외과, 인천시의료원 백령병원 내과·소아청소년과가 휴진 중이다.
구인난이 심각하다 보니 의사 연봉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목포시의료원은 연봉 6억2,000만 원을 주고 정형외과 의사를 채용했다. 울진군의료원은 2022년 영상의학과 의사를 3억6,000만 원에 채용했으나 올해 다시 진행한 채용에서는 5억600만 원으로 2년 만에 연봉이 1억4,000만 원 넘게 올랐다. 거창적십자병원의 경우 올해에만 영상의학과 의사 채용 공고를 10번 냈는데 연봉을 4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린 후에야 의사를 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안동의료원은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연봉 4억5,000만 원에 내과 의사 구인 공고를 냈으나 결국 뽑지 못했다.
전 의원과 경실련은 "정부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으나 단순히 의대 증원만으로는 부족한 지역·필수·공공의료 의사를 확보할 수 없다"며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조속히 추진해 최소한 공공의료기관에 필요한 공공의사는 국가가 직접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