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공기업' 코레일, 광운대역 철도부지 HDC현산에 헐값 매각 논란

입력
2024.10.10 04:10
11면
당초 약속보다 잔금 3년 반 지연에도 '같은 가격'
재감정평가 필요성 제기..돌아온 것은 경찰고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부지를 개발사업자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레일은 ‘철도부지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관련 공문을 되레 현산에 넘긴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4,4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코레일은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이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은 2017년 12월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철도부지 10만9,475㎡(약 3만3,000평)를 4,978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현산과 체결했다. 지상 최고 49층, 8개 동 3,000여 가구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호텔, 오피스 등을 건축하는 4조5,000억 원 규모의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전체 사업부지 면적 15만㎡) 중 핵심 부분이다.

코레일은 계약에 따라 2019년 5월까지 전액을 받기로 했지만, 현산은 2022년 12월 15일에서야 잔금 2,030억 원을 치르며 땅값을 완납했다. 서울시, 노원구 등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계약보다 3년 반 늦게 잔금을 완납하며 토지 가격도 상승했지만 철도부지의 최종 매매가는 변화가 없었다. 사업 내용을 잘 아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사 한원홀딩스(한원) 관계자는 “잔금일정 등 계약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니 만큼 코레일은 재감정평가 등을 통한 이익 극대화 노력을 했어야 했다”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 코레일의 수익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사업 공모 당시 코레일이 작성, 배포한 공모지침서(제35조)에 따르면 사업계획 변경 시 코레일은 재협의할 권한이 있다.

현산이 따낸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기대수익이 조 단위를 넘어서는 알짜 사업이다. 하나증권리서치센터는 공사비를 3.3㎡당 700만 원으로 가정, 개발에 따른 기대 수익을 1조5,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민간에 추가적인 개발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코레일이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이익환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원 관계자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코레일에 '광운대역세권 사업 협약 및 토지매매계약 관련 질의'(2022년 10월 31일), '광운대역세권 사업 소유권 이전 절차 중지 요청 건'(11월 9일) 등의 문서를 보냈다"며 "그런데도 당초 가격에 부지가 민간에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한원이 코레일에 보낸 공문은 △코레일이 잔금을 3년 지났는데도 받지 못했고 △그사이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토지 감정평가를 재실시해 △철도부지 개발에 따른 이익을 국가(코레일)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코레일에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제안한 한원은 오히려 경찰 수사를 받았다. 코레일이 해당 내용을 현산에 전달했고, 현산이 한원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협박으로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8월 세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종결 처리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잔금납부가 지연된 것은 해당 부지에 대한) 인허가 지연에 따른 것으로, 인허가 진행은 현산이 우리와 협의해 추진한 것"이라며 "우리가 토지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은 아파트 분양가를 입주 때 주변 집값이 올랐다고 올리지 않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경기분당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코레일 직원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한원은 현산으로부터 명예훼손, 업무방해 협박으로 고소 당한 이유가 한원이 코레일에 보낸 공문 2건이 현산에 무단으로 전달됐기 때문으로 보고 수사의뢰했는데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본 셈이다.


세종= 정민승 기자
권정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