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의 법률비용 지출액 순위를 살펴봤더니 김앤장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로펌행'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각종 금융사고에 휘말린 은행들이 지주사 회장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금피아(금감원+마피아)'가 포진한 로펌들을 적극 활용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강력한 취업제한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이 6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로펌별 지출액 순위(은행별로 지출액 1~5순위 기재해 답변)'에 따르면, 김앤장은 각 은행에서 1순위를 총 14번 차지해 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로펌으로 꼽혔다. 김앤장은 KB국민·하나은행에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내내 1위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우도 1순위를 10번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두 회사가 지출액 1순위를 나눠 가졌다.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금감원 직원이 6대 주요 로펌(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으로 이직한 규모는 1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김앤장이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19명) △화우(16명) △세종(15명) △율촌(12명) △태평양(10명) 순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은 금융위원회(6명)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을 데려왔다.
시중은행들이 이러한 로펌들에 지급한 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했다. 시중은행이 제출한 '최근 5년간 법률비용'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쓴 법률비용은 3,537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283억 원·1250억 원을 쓰며 전체 법률비용의 71%를 차지했다. 그외 신한은행도 619억 원을 썼고 △KB국민(257억 원) △NH(127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막대한 법률비용의 배경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은행에서 '1인자'가 될 회장 후보자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하나은행의 경우, 현 회장이 부회장 당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처분을 받자 금감원과 올해까지 4년간 소송전을 벌였다. 이 소송도 김앤장과 화우가 맡았다. 우리금융지주 전직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현직 회장도 행장 당시 2021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금감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금융사고를 친 지주 회장들이 집권을 위해 금감원 직원이 포진한 로펌들을 선임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금피아의 전관예우를 시급히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