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이 회장님 지켜줄 것"… '금피아'에 돈 쏟는 은행들

입력
2024.10.06 13:00
5대 시중은행 로펌별 비용지출 순위
'금피아' 영입한 김앤장이 1위 차지
최근 5년간 법률비용만 3,537억 원
김병기 "전관예우 시급히 끊어내야"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법률비용 지출액 순위를 살펴봤더니 김앤장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로펌행'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각종 금융사고에 휘말린 은행들이 지주사 회장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금피아(금감원+마피아)'가 포진한 로펌들을 적극 활용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강력한 취업제한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이 6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로펌별 지출액 순위(은행별로 지출액 1~5순위 기재해 답변)'에 따르면, 김앤장은 각 은행에서 1순위를 총 14번 차지해 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로펌으로 꼽혔다. 김앤장은 KB국민·하나은행에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내내 1위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우도 1순위를 10번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두 회사가 지출액 1순위를 나눠 가졌다.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금감원 직원이 6대 주요 로펌(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으로 이직한 규모는 1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김앤장이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19명) △화우(16명) △세종(15명) △율촌(12명) △태평양(10명) 순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은 금융위원회(6명)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을 데려왔다.

시중은행들이 이러한 로펌들에 지급한 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했다. 시중은행이 제출한 '최근 5년간 법률비용'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쓴 법률비용은 3,537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283억 원·1250억 원을 쓰며 전체 법률비용의 71%를 차지했다. 그외 신한은행도 619억 원을 썼고 △KB국민(257억 원) △NH(127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막대한 법률비용의 배경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은행에서 '1인자'가 될 회장 후보자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하나은행의 경우, 현 회장이 부회장 당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처분을 받자 금감원과 올해까지 4년간 소송전을 벌였다. 이 소송도 김앤장과 화우가 맡았다. 우리금융지주 전직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현직 회장도 행장 당시 2021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금감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금융사고를 친 지주 회장들이 집권을 위해 금감원 직원이 포진한 로펌들을 선임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금피아의 전관예우를 시급히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