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신뢰 훼손에 첩자 색출 집중"… 안팎으로 곤경 처한 중동 맹주 이란

입력
2024.10.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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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급파 이란 사령관도 함께 폭사
이스라엘, 이란 고위층 첩자 조성 가능성
이란 내부서 이스라엘 정보 요원 색출 중

중동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 세력) 맹주인 이란이 전쟁 국면에서 위신 회복은커녕 안팎으로 곤경에 빠졌다. 최근 이스라엘의 정보 작전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이란은 지도부 안전은 물론 내부 신뢰 훼손 문제까지 겪고 있다.

최고지도자 안전 우려하는 이란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현재 정부 내 이스라엘 정보 요원의 침투 가능성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란과 헤즈볼라 내부는 물론 헤즈볼라와 이란 당국 사이에서도 신뢰가 붕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촉발된 것은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암살 영향이 크다.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지난달 17일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 호출기(삐삐) 동시 폭발 공격이 발생한 직후 헤즈볼라 내부 첩자 가능성과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암살 계획 정보를 전달하며 나스랄라에게 이란 대피를 권고했다. 하지만 나스랄라는 자신의 안전과 헤즈볼라 내부를 완전히 신뢰한다며 피신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하메네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작전 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을 레바논에 급파, 또다시 대피 메시지를 나스랄라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 감행한 베이루트 남부 헤즈볼라 본부 폭격 당시 닐포루샨은 나스랄라와 함께 지하 벙커에 있었으며 이후 두 사람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란, 군·정부 고위층 첩자 색출 중

이처럼 이스라엘의 정보 작전이 연이어 성공하자 이란은 현재 정부 내 이스라엘 첩자 침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국방대 헤즈볼라 전문가인 마그너스 랜스토프는 "이 사건은 이란의 중심부까지 흔들었다"며 "현재 이란 내부가 얼마나 깊이 침투당했는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앞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CNN튀르크에 출연,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 요원의 침투를 막기 위해 꾸려진 이란 정보 기관의 부대장과 다른 20명의 멤버가 모사드 요원이었던 것으로 2021년에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내부 첩자 색출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로이터는 "이란 당국은 IRGC부터 고위 안보 관계자까지 해외 여행 이력이 있거나 이란 외부에 거주 중인 친척이 있는 이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며 "레바논에 여행 중이었던 이란 경비대원 중 한 사람이 용의 선상에 올라와 다른 몇 명과 함께 체포된 상태"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하메네이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