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3일(현지시간) 의회 등 국가 주요 시설이 있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쳤다.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눈 지상전 돌입 이틀 만이다. 전날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막아내고 재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은 친이란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 세력)'을 대상으로 공격 강도를 끌어올리며 이란 본진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베이루트 중심부인 바추라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헤즈볼라 소유 보건소 등 거점을 노린 폭격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바추라 지역은 레바논 의회와 유엔 지역본부 등 국가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심장이나 다름없는 곳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하루 동안 레바논 내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200여 개를 공습, 헤즈볼라 대원 60여 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덧붙였다. 또 베이루트에 위치한 헤즈볼라 정보 본부도 타격했다고 밝혔다.
교전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군도 피해를 입었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 군사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는데, 헤즈볼라가 200발 넘는 로켓을 쏘며 반격에 나선 결과 '에고즈 부대'로 불리는 621특수정찰부대 소속을 포함한 이스라엘군 8명이 사망했다. 1일 레바논 지상전 개시 후 전사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2006년 이스라엘군 4명 전사를 시작으로 펼쳐진 제2차 레바논 전쟁(이스라엘 대 헤즈볼라)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저항의 축' 공격 수위를 높이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한 가자지구 공습도 이어졌다. 2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의 학교가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아 12명이 사망하고, 학교에 머물던 영아와 어린이 등이 중상을 입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저항의 축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하마스는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로 7명이 사망한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며 맞섰다. 당시 텔아비브 야파 지구 에를리히 경전철역에 선 열차에서 내린 괴한 2명은 거리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하마스는 "우리 성스러운 이슬람 전사가 이스라엘에 침투해 영웅적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헤즈볼라와 함께 또 다른 저항의 축 세력인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3일 텔아비브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해 왔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반격도 초읽기에 들어선 분위기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 CNN방송에 나와 "(이스라엘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재보복 의지를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말했듯 매우 강력하고 고통스러운 대응이 있을 것이다.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에 180여 기의 탄도미사일을 쏘며 지난 2개월간 공언해 온 보복에 나섰고, 이스라엘은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재보복을 공언한 상태다.
고조되는 확전 위기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일 우방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란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자력 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 답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은 대응할 권리가 있지만 (이란의 공격에) 비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