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만취 역주행' 유족 "아이들, 아빠 언제 오냐며 매일 울어"

입력
2024.10.03 15:14
국민동의청원에 청원 글… 6,700명 동의
"가해자, 음주 전력… 왜 솜방망이 처벌했냐"
"죽음 헛되지 않게 음주 처벌 강화해 달라"

추석 연휴에 3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영월 만취 역주행' 사고의 유족이 가족을 잃은 고통을 토로하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역주행 사고로 숨진 A(33)씨의 가족 B씨는 지난달 3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은 3일 오후 3시 기준 6,711명이 동의했다. 이달 30일까지 5만 명 이상 동의해야 국회가 접수한다.

B씨는 "동생은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다. 사고 이틀 전날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서울로 이사를 하며 아내, 두 아이와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며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가정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기사를 통해 해병대 부사관인 가해자는 과거 음주운전 등으로 군 재판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고 접했다"며 "음주운전 전력까지 있던 그에게 왜 다시 운전대를 잡게 했냐. 왜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냐"고 문제제기했다.

또 2018년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고(故)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윤창호법'을 언급하며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한 사람이 희생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윤창호씨 사건의 슬픔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었냐"며 "누구보다 착실했던 가장의 인생이 이렇게도 쉽게 무너져 내려도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B씨는 "저는 친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불면증에 괴롭다. 술을 드시면 안 되는 아버지는 끊었던 술을 다시 입에 대며 아픔을 달래신다"며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 오냐고 매일 울며 묻는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서울 집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동생은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 청원을 하는 것뿐이다"며 "동생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음주운전 처벌법을 더욱더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1시 27분쯤 강원 영월군 영월2터널에서 카니발 승합차에 아내와 두 자녀, 장인·장모를 태우고 달리다 마주 오던 C(23)씨의 셀토스 차량과 정면 충돌하는 사고로 숨졌다. C씨도 숨졌고, A씨의 가족은 크게 다쳤다. C씨는 동영월교차로에서 사고 지점까지 4㎞가량 역주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0.08% 이상) 수치라는 내용을 경찰에 통보했다. C씨가 사고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술자리에서 소주잔을 든 사진을 올린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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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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