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는 2020년 이전에는 마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았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범죄와 그에 따른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그런 인식 변화에 큰 역할을 한 매체가 바로 한국일보다. 2018년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이 내보낸 ‘대한민국 마약리포트-한국이 위험하다’는 안이했던 우리 사회의 마약에 대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총 8부작 시리즈였던 ‘대한민국 마약리포트’는 그 내용과 시각 모두 이전과는 달랐다. 범죄 위주였던 마약 관련 보도의 초점을 범법자이면서도 피해자인 중독자로 옮겨가 접근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중독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그들이 왜 마약을 시작했고, 왜 끊지 못하며, 교도소 생활과 그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를 담았다. 중독자의 일그러진 삶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마약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해결하려면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화두도 자연스레 던질 수 있었다.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교도소 20곳의 재소자 3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언론사 조사로는 최초의 시도였는데, 마약류를 처음 접한 나이에서부터 출소 후 힘든 점 등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어렵고 힘든 취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특별취재팀에 대한 전사적 배려도 작용했다. 손현성 기자는 마약중독자를 만나는 현장취재에 집중했는데,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소감으로 “인터뷰를 하는 데만 약 한 달을 썼다. 별도 출입처가 있는 기자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다. 기존 보도와 차별화되는 기획을 위한 부장과 팀장의 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1월부터 지면에 게재된 마약리포트는 이달의 기자상은 물론이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공로상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 심사위원회는 “마약 문제를 질병으로 인식하는 시각 전환을 시도했고, 마약 보도가 내포하기 쉬운 선정성을 잘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도 “마약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중독자가 건강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얘기했다”고 공로상을 수여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