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빠진 만찬서 "의료개혁 미룰 수 없는 과제“

입력
2024.10.02 22:29
국감 앞두고 원내지도부-상임위원장단 만찬
곳곳서 당 배려한 흔적 역력… 모두발언 등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단과 만찬을 가졌다. 지난달 24일 한동훈 대표 등 지도부와 상견례 성격의 만찬을 가진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도부 만찬 때와 달리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도 재차 밝혔다. 오후 6시35분부터 2시간 15분가량 진행된 만찬에 원외인 한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만찬을 갖고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고 필수·지역의료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의료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의료계나 의사집단을 대척점에 두고 추진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고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이 밝혔다.만찬은 추경호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인사 5명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26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께 꼭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상응하는 보상을 주기 위함"이라며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멈추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흔들림없이 추진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국감을 앞두고 있어서 한 분 한 분 만나 격려하고 싶었다"며 "정쟁하고 야당과 싸우는 국감이 되는 게 아니고, 국익이 우선한 민생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 숫자는 적지만 일당백의 각오로 생산적인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야당의 가짜뉴스나 정치 공방에 대해 단호히 맞서 싸우겠지만, 정부여당의 책임을 다하고 건설적 대안을 내는 생산적 국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K-방위산업의 중요한 홍보수단이기도 하고, 연간 60조 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잘 보여줄 수 있는 행사"라고 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가슴이 먹먹했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원전 2기에 24조 원인데, 이걸 덤핑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등 지도부 만찬에서 의료개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한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단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 발언은 한 의원이 연금·의료 개혁 등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자 이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날 만찬이 '국감'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만찬에는 지난 번과 달리 당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앞서 지도부 만찬 때 한 대표에게 모두발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이날 당을 대표한 추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상임위원장들에게도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만찬 시간도 지난 번 만찬보다 45분 정도 오래 진행됐다. 만찬 말미 맥주도 나왔고 의원들의 건배사 또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대표 패싱 논란에 대해 신 원내대변인은 "국감에 대한 것이기 (한 대표가) 원외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만찬을 두고 오는 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을 대비해 '표 단속' 차원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신 원내대변인은 "국감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라 정치 현안 얘길 밀도 있게 할 수 있는 자린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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