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 자국에 대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유엔의 수장을 외교상 기피 인물로 선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사악한 공격을 단호하게 비난하지 못하는 이는 이스라엘 영토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테러리스트, 강간범, 살인범을 지지하는 반(反)이스라엘 사무총장"이라고 맹비난하면서다.
이스라엘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전날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180발을 쏘며 보복 공격을 감행한 데 대해 “중동 갈등이 확대되고 거듭 격화하는 것을 비난한다"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데 빈정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구테흐스 총장이 이란에 직접 책임을 묻는 대신 중립적이고 원론적 입장을 밝히자 이에 대해 입국 금지라는 강수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란과의 갈등이 점증되는 가운데 국제 여론의 지지를 선점하기 위해 편가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츠 장관은 한편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이란을 규탄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메시지를 일일이 공유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아야톨라 정권(이란)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우리 시민을 잔혹하게 공격하는 것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너무 늦기 전에 자유세계 전체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악의 축'을 막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