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사법리스크 대응은...외교·사회·당무 일정 '대선주자급' 광폭행보

입력
2024.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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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위 회의서 "집권 위해서는 첫째가 인물"
영국대사 접견하고 기독교계 예방도
"정치가 상대 부정하는 데서 모든 문제 발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하루 외교(대사 접견)·사회(종교계 방문)·당무(인재위원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11월 선거법, 위증교사 의혹 선고를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으로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인재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집권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 첫째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인재위는 친이재명(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이 이끄는 사실상 대선용 '섀도 캐비닛'(정권 인수 준비를 위한 그림자 내각) 조직이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인재를 잘 양성하고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새로운 민주당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직 인사도 단행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직접 이끄는 민생연석회의 공동 의장에 인태연 전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을 앉힌 것이다. 사실상 당 차원에서의 대선 준비 행보라는 해석이다. 더불어 이언주 최고위원 주도로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지방선거에 대비해 황명선 사무부총장이 이끄는 지방자치혁신기획단도 신설했다.

종교계에도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하면서 "의료대란 문제에 정신적 지주라고 할 종교계 어르신들이 적극 나서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에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만나 의료대란 문제의 중재를 요청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예방 자리에서는 "정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존중과 타협"이라며 "지금은 (정치가) 상대를 부정하고 없애고 싶어하는 데서 모든 문제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자신의 상황을 대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총무는 "대표님이 처해 있는 여러 정황이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쉽지 않은데,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 접견 자리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생각하는 것보다 한반도의 안보 문제, 평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동 불안을 언급하면서는 "한반도 역시 매우 불안정해지고,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행사에서 밝힌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간접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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