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민주당)와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공화당)이 1일(현지시간) 대선 TV 토론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은 주요 정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지난달 대통령 후보 토론 때와는 달리 차분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즈 주지사와 밴스 의원은 이날 뉴욕에서 미국 CBS방송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에서 불법 이민·중동 전쟁·총기 폭력 등 정책 이슈를 두고 90분간 첨예하게 맞섰다. 부통령 후보 간 처음이자 마지막 대면 토론 자리였다.
두 사람은 상대 당 대통령 후보는 깎아내리고 자기 당 후보는 치켜세웠다. 이번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불법 이민 문제를 두고 밴스 의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재임 동안 역사적인 국경 위기가 발생했다"며 "국경 장벽을 다시 세우고, 불법 이민자 추방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월즈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부한) 포괄적 국경 통제 강화 법안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티 이민자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대선 TV 토론에서 밴스 의원의 지역구인 오하이오주(州) 소도시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출신 이주민들이 이웃 주민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주장,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월즈 주지사가 "비인간화하고 악마화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하자, 밴스 의원은 "스프링필드에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은 해리스에 의해 삶이 파괴된 미국 시민들"이라고 맞받아쳤다.
중동 분쟁과 관련해서도 월즈 주지사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등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이란은 전보다 핵무기에 가까워졌다"며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든 북한이든 가장 아첨하는 이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밴스 의원은 "트럼프는 효과적인 억제력을 통해 전 세계에 안정을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토론은 격렬했지만 인신비방성 공격 대신 정책에 초점을 맞춘 예의 바른 토론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몇 가지 공방이 오갔지만 대체로 점잖았던 토론"이라고 평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때로는 날카로웠지만, 실질적이고 정책 중심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총기 폭력 문제를 놓고 월즈 주지사가 "나의 17세 아들이 직접 총격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자, 밴스 의원은 "학교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정말 유감이고 아들이 잘 지내길 바란다"며 월즈를 위로했다. 두 사람은 토론을 마친 뒤에는 악수를 하고 서로의 아내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토론의 승자로 밴스를 꼽는 분위기다. NYT는 "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정하고 유창해 보였지만, 월즈 주지사는 처음에 말을 더듬거렸다"고 평가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월즈 주지사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면서 밴스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