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내수경기 점검 및 대응방향'은 수출 회복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투자, 건설, 소비 등 부문별 맞춤형 처방에 방점이 찍혔다. △선진 벤처투자 도약 방안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서민 등 취약계층 금융지원 방안 △농축수산물 수급대책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등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우선 막힌 규제를 풀어 대기 중이던 민간투자를 활성화한다. 작년 11월과 올 4월 발표한 1·2차 투자대책 중 23조6,000억 원 규모의 5개 프로젝트를 4분기 내에 마무리하고, 실제 공사까지 착수할 계획이다. 20조 원 규모의 포항 수소환원제철 용지 조성은 지난달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을 확정했고, 12월 매립면허 등을 협의한다. 구미 산단 근로자 임대주택 등 기존 애로 사항이 해소된 8000억 원 규모의 3개 기업·지역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총 24조4,000억 원에 이른다.
투자를 망설이는 중소·중견기업에 세제 혜택도 준다. 투자 회복 가속화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를 1년 추가 연장한다. 중소·중견기업이 일반 및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를 할 경우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포인트 추가 공제를 해 준다.
민간소비 촉진은 고령화 등으로 소비 여력이 약화한 지역과 저소득층·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소비 촉진 프로그램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재설계해 여행 상품·숙박·교통 등 최대 58만 명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비수도권 숙박 쿠폰은 20만 장에서 50만 장으로 늘리고 근로자 휴가 지원 프로그램은 15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경기는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이 깊은데 일자리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고,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려니 피부에 와닿지 않는 대책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를 위해 규제를 푸는 게 항상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가 증가해도 기계 등 공장 설비(자본재)에 집중되는 경향이 커서 실제 고용 창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 투자와 고용이 연결되지 않으면 내수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인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잘 풀지 않으면 실효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중요한 정책이고,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이익이 적은 기업에 세액공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건 고금리와 고물가 때문인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소비 쿠폰 대책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그저 이름만 바꿔 예전 대책을 다시 내놓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