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충돌 미국 대선판 흔들까… 트럼프·해리스 엇갈린 반응

입력
2024.10.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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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충돌 미 대선 변수 부상 
트럼프, 중동 사태 '해리스 책임론' 띄워 
위기 악화 땐 해리스에 악재 될 가능성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태였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제 한 달여 뒤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내가 대통령이면 안 생겼을 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확전 분위기로 흐르는 중동 위기를 지렛대 삼아 상대 후보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그는 이날 위스콘신주(州) 와우나키 유세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언급하며 "세계적인 대참사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끌어야 하지만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무능 탓에 중동 사태가 악화한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는 "그(해리스)가 4년을 더 하면 세계는 불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반대로 "내가 (대선에서) 이기면 우리는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안보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세계 지도자들과 당당히 맞서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별한 근거는 없다. 지난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그들(외국 지도자들)은 그를 깔고 뭉갤 것"이라며 "이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내 말의 뜻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그는 이란과 러시아가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미국을 이용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다.


중동 정세 격화는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휴전을 촉구해 왔음에도 오히려 미국의 통제가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 등 세계 경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현 정부 2인자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안 요소다. 이날 이란의 이스라엘 겨냥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5% 넘게 폭등하는 등 국제 유가가 출렁였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투매가 잇따르며 나스닥지수가 장중 2% 넘게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0.93% 하락했다.

"해리스, 외려 이스라엘 지지 부담 덜 것"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내심 부담을 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위기의 중심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옮겨가면서 그의 이스라엘 지지 메시지가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 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해리스 부통령도 대(對)이란 규탄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에는 반응하지 않은 채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역내 미국 국민, 미국 국익에 위협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공격을 명백히 규탄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