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180여 발을 발사했다.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5개월여 만이다. 그간 공언해 온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란은 이스라엘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행동은 끝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복 공격을 예고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 확전 가능성도 커졌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국지적 지상작전을 개시했다고 공식 발표한지 만 하루가 안돼서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번 공격에 이란의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 기지 3개가 타격받았다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IRGC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이 이들을 표적공습 등으로 암살한 데 따른 정당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IRGC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작전에 반응하면 더 압도적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이란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이 포착되자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이스라엘은 방공호 대피령을 내리는 등 방어에 나섰다. 대피령은 공습경보가 발령된 지 약 1시간 만에 해제됐다.
외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후 브리핑에서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대규모 공세가 자국에 피해를 주지 못했다며 실패로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늘 밤 이란이 또다시 수백 발의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는데 이 공격은 실패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첨단인 이스라엘의 방공체계 덕분에 그 공격은 저지됐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보복 의사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란의 체제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결의, 적에게 보복하려는 우리의 결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한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했다.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약 3시간 전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을 격추하라고 지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공격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이 공격에 대한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해왔으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 말하는데 미국은 이스라엘을 완전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대응을 묻는 말에는 "현재 활발하게 논의 중이며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