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측 반격카드 윤곽 나오나...고려아연 2일 오전 이사회 열어

입력
2024.10.02 06:00
2일 이사회 개최 사실, 가처분 재판부에 통보
공개매수 이후 자사주 매입 결의할 듯
영풍·MBK "심각한 배임 행위" 법적 대응 예고


고려아연이 2일 이사회를 열어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 측은 또 계열사인 영풍정밀 주식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9월 30일) 최 회장 명의로 이사회를 2일 오전 9시에 개최한다는 통지를 완료했다. 이런 내용은 가처분 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에도 통보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가처분 사건 1차 심문기일이 열린 지난달 27일 재판부에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이후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공개매수를 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이사회 결의라도 먼저 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원이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인용해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끝나는 4일까지 자사주 취득이 금지되는 경우라도 이사회 결의를 먼저 해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의하면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미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영풍·MBK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투자자들에게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알려 자신들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풍·MBK는 이 같은 행위가 시세조종의 의도, 배임 등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MBK 관계자는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자고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조단위에 달하는 회삿돈을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심각한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무리수를 강행하는 경우 자기주식 취득 금지에 관한 추가적인 가처분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측,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나서


최 회장 측은 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계열사인 영풍정밀 주식 대항 공개 매수에도 나섰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제리코파트너스는 2일 주요 경제 신문에 영풍정밀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를 낼 예정이다. 공개 매수 가격은 3만 원으로 공개 매수 예정 주식 수는 전체 발행 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다. 기간은 2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이다.

제리코파트너스의 특별 관계자로는 최윤범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특수 관계인들의 이름이 올랐다. 이는 제리코파트너스의 영풍정밀 대항 공개 매수가 최 회장 측과 공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뜻한다.

최 회장 측은 현재 영풍정밀 주식 지분 35.45%를 확보하고 있고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 공개 매수를 진행하면서 매수가로 2만5,000원을 제시했다. 향후 영풍정밀은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2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최 회장 측 반격의 윤곽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법원 결정에 따라 자사주 매입과 공개 대항 매수를 병행할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 대항 매수로만 대응할지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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