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종착점에 다다르면서 야구 팬들의 관심사가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시상식 관전 포인트는 후보자 간 경쟁이 아니다. 김도영(KIA)과 김택연(두산)이 사실상 MVP와 신인왕을 확정 지은 만큼, 사상 최초 ‘동반 만장일치’ 수상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 시즌 정규시즌 MVP는 김도영이 예약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최연소·최소 경기 30-30, 역대 세 번째 30-30-100(타점)-100(득점) 등 숱한 기록을 써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2014년 서건창(KIAㆍ당시 넥센)이 작성한 135득점을 넘어 역대 최고 득점(143득점)을 기록했고, 비록 아쉽게 실패(38-40)하긴 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토종 타자 최초 40-40’ 도전을 이어갔다. 자타공인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유일한 대항마였던 카일 하트(NC)가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주춤한 것도 김도영의 MVP 수상을 더욱 유력하게 만드는 요소다. 하트는 부상 전 평균자책점(2.44)과 승률(0.867)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고, 탈삼진과 다승 부문에서는 각각 2위와 공동 3위에 랭크돼 있었다. 만약 하트가 부상 이전 페이스를 유지해 4관왕을 달성했다면 MVP를 두고 김도영과 치열한 표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하트는 복귀전이었던 25일 창원 SSG전에서 6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안으며 탈삼진(지난달 30일 기준 182개ㆍ1위) 이외 부문에서는 타이틀을 획득할 기회를 잃었다. 이 때문에 김도영이 프로야구 원년 박철순(OB) 이후 두 번째로 기자단의 모든 표를 쓸어 담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김택연까지 만장일치 수상에 성공하면, KBO리그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MVP와 신인왕이 동시에 몰표를 받는 진기록도 탄생할 수 있다. 김택연은 올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했음에도 최연소 10세이브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17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비록 최연소 단일시즌 20세이브에 1개 모자란 19세이브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신인 중 김택연의 임팩트는 단연 독보적이다. ‘중고 신인’ 황영묵(한화ㆍ타율 0.301 105안타 35타점)이 경쟁자로 꼽히지만 김택연의 활약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김택연이 1996년 박재홍(현대)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만장일치 신인왕’에 오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