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일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했다. 하지만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동안 비주류로 지낸 탓에 당내 기반 취약이 최대 약점이다. 이를 빨리 극복해야 정국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다. 당내 주류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옛 아베파,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장관과의 관계도 향후 정권 운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회는 이날 임시국회를 열고 총리 지명 선거를 통해 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이시바를 제102대 총리로 선출했다.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의 총리 교체다. 이시바 총리는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치를 실현하는 내각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이시바 내각 인사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방위'와 '한일관계'다. 각료 중 방위장관(한국의 국방장관) 출신 인사만 이시바 총리를 포함해 4명이나 된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 방위청 장관(차관급)과 방위장관을 역임했다. 새 내각에 들어온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나카타니 겐 방위장관 모두 과거 정권에서 방위장관을 지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당내 인맥이 빈약해 자신과 친교가 있는 의원을 기용했다"고 평가했다.
외교 수장에 이와야 장관이 임명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2018년 12월 한일 초계기 갈등 문제(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한국 해군 함정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한 사건)가 불거졌을 당시 방위장관을 지내면서 한국과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2019년 6월 한일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해 일본에서 퇴진 압박을 받았고, 같은 해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퇴임 전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 한미일 연대가 중요하다"며 양국의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및 옛 아베파와 대립한 인물들도 입각 명단에 올랐다.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총무장관은 2022년 아베 피살 후 국장(國葬) 거행 논란에 "아베 전 총리는 재정과 외교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국적(國賊·나라를 망친 역적)"이라고 비판해 1년 당직 정지 징계를 받았다. 나카타니 방위장관은 아베 전 총리 사학 스캔들(부인 아키에 여사가 사학재단에 국유지를 헐값 매각해 논란이 됐던 사건) 당시 아베 전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이시바 총리의 첫 과제는 당 장악력 강화다. 이시바 내각 출범으로 당내 권력 구도는 아소 다로 전 총리와 옛 아베파 중심에서 스가 요히시데·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무계파 중심으로 바뀌게 됐다.
사실상 당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이 이시바 총리와 갈등의 골이 깊은 아소 전 총리를 당 최고고문으로 기용하고, 조기 총선(10월 27일)에 부정적이었던 이시바 총리를 설득하면서 이시바 총리 대신 당의 실세로 떠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권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삼두정치 3인 구조가 이시바 총리가 빠진 스가·기시다 전 총리, 모리야마 간사장 3명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내각 인사에서 제외된 옛 아베파와의 관계도 정권 운영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재 선거 때 다카이치 장관을 지원한 옛 아베파는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입각하지 못하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옛 아베파 소속인 한 의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한쪽에 치우친 인사"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옛 아베파 의원들이 이번 인사로 불만이 크다"며 "무라카미를 총무장관에 기용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극우 성향 다카이치 전 장관과의 관계 설정도 문제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이시바 총리와 정책 노선이 다른 점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할 수 있다. 다카이치 측 인사는 요미우리에 "당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지 않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10·27 조기 총선 실시'를 공식화했다. 그는 "오는 9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27일 총선을 실시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권 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대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