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전쟁 확대와 함께 미국은 점점 더 무력하게 비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 작전 개시를 두고 미국 CNN방송이 내린 평가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꼽히는 미국이 동맹인 이스라엘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상실했음을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전쟁이나 무력 충돌과 관련, 사실상 ‘방관자’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CNN에 따르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총공세 국면에서 미국의 ‘굴욕’은 자꾸만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작전을 이스라엘이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CNN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종종 먼저 행동한 다음에 미국과 협의한다”며 “이런 접근 방식은 미국 정부를 ‘초강대국’ 위상에 걸맞은 적극적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으로 보이게끔 만든다”고 짚었다. 미국이 중재하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의 몽니 탓에 번번이 결렬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미국 국무부가 밝혔듯, 이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진입은 미국에 사전 통보됐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이번에도 미국의 영향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 당장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이스라엘의 해당 작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외교 전문가’를 자처하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또다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압박 수단도 마땅치 않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이스라엘의 폭주 제어를 위해 ‘군사적 지원 중단’을 고려할 수 있으나,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동맹국을 외면했다’는 미국 내 정치적 반발을 초래할 게 뻔해 실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일 “우리는 헤즈볼라의 공격 인프라를 해체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전폭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이스라엘의 강공 모드에 미국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끌려가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본격 침공 대신, ‘제한적 지상전’을 택한 게 그나마 미국의 설득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같이 전하면서 “미국 관리들은 ‘레드라인’(금지선)을 계속 수정하며 이스라엘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 불화가 일으킬 파급 효과다. CNN은 “중동 지역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다국적 전쟁’ 위협이 커지고, 이는 인도적·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역내 영향력 쇠퇴 속에 중동 확전 및 전면전의 위험을 제어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