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통일은 잊어버리자'는 자신의 언급에 정부·여당이 반(反)통일세력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지난달 30일 '현 정부는 안보 분야 인사를 흡수통일·반북주의자로 구성했기 때문에 그런 비난이 나오는 것'이라고 논박하며 '두 국가론'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어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자신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현재 제시된 통일정책의 모양새는 평화통일의 방법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통일론에는) 평화가 없다"면서 "평화가 없는데 무슨 통일이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우선 통일부, 국방부, 국가안보실부터 가장 반북주의자 흡수통일론자들로 채워졌다. 이런 정부가 발표한 통일독트린 내용은 철저하게 힘에 의한 흡수통일론"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자유 통일을 목표로 하는 '통일 독트린' 을 발표했다.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는 등 이들이 자발적으로 통일을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이 골자다. 지난 정부의 통일 정책과 비교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상대적으로 강조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임 전 실장은 당시 윤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통일 독트린의 내용은) 철저하게 힘에 의한 흡수통일론"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통일만 불가능한 게 아니라 평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이것을 통일정책이라고 부르기엔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이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6일 CBS라디오에도 출연해 '두 국가론'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남북이 1991년 각각 유엔에 가입한 뒤 현실적으로 두 국가가 된 만큼, 적어도 30년간 통일 논의는 봉인하고 평화 관리, 평화 정착, 자유 왕래하는 두 국가 상태로 살아보자는 논의"라고 밝혔다. 25일에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평화적인 두 국가 상태로 하루빨리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현실적 (통일)방안"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인식 바탕에는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북한붕괴론이 짙게 깔려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