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인재(人災) 인정···정권 차원 반성 필요하다

입력
2024.10.02 00:10
23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인재(人災)로 보고 경찰에 형사책임을 지운 1심 판결이 나왔다. 책임 회피와 부실 수사 때문에 참사 발생 2년이 되어서야 첫 결론이 나왔는데, 그나마 구청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형사처벌 유무와 별도로 책임 선상에 있었던 모든 고위 공직자는 통렬한 반성을 하는 게 마땅하다.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에겐 축제 혼잡 상황에 대비한 치안 유지라는 구체적 임무가 부여된다”며 “인파 집중 예방 및 통제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단 한 명의 정보관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겐 “당시 재난안전법령엔 다중군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재난으로 분리돼 있지 않았고,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해선 별도 안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무죄라고 공직자의 직업적, 혹은 도의적 의무조차 없다고 볼 순 없다. 참사 이후 뒤늦게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지자체장에게 지우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소급 적용할 순 없어 박 구청장이 면책을 받은 것뿐이다. 더구나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는 주최측이 없는 만큼 축제가 아닌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말로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책임 회피로 일관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아직 건재하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시위 대비 때문에 경력(경찰력)을 실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권 차원의 반성이 필요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그동안 여권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위로, 조사에서 모두 부족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미루다 1년 3개월 만에 기소한 게 대표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출범했다. 특조위 활동에라도 적극 협조하고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