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주가지수 상승률이 높은 일본이나 호주 등은 정부 규제보다 자율 시장 강화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계를 중심으로 밸류업을 위한 국내 논의가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공개한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를 보면 올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2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팬데믹 시점인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국내 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5위를 기록했다. 지배 구조와 주가 지수 상승률 순위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부양 원인이 ①원자재가 상승이나 ②개인투자 급증 등 복합적이고 ③자율적 시장 감시와 ④주주와의 소통 확대를 통한 개선 사례도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배구조 1위, 주가 상승률 6위인 호주의 경우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이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로 분류된다. 일본(지배구조 2위, 주가 상승률 3위)은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의 하나로 구조 개혁을 추진했지만 규제보다는 일본은행·연기금 등 국내주식투자 확대와 주주소통 강화, 획기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NISA) 도입 등이 증시를 부양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해결책 논의가 확산하자 재계에선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나 집중투표제 의무화, 독립이사제 등이 시행되면 단기 투자 세력이 경영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도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면 경영진의 책임이 커져 신규 투자 등을 꺼려 밸류업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특히 밸류업을 위해선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 신설 등 지배구조 이외의 자본 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달 26일 국회를 찾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기업들도 취지에 공감하고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현실적 부담을 감안해 논의의 초점이 규제보다는 자율과 인센티브, 그리고 전반적 금융 시장 투자 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