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작된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상전 최대 변수는 헤즈볼라의 군사 역량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주간 지속해 온 무선호출기(삐삐) 폭탄 테러, 헤즈볼라 수뇌부 제거, 대규모 공습을 거쳐 이번 지상전으로 헤즈볼라를 북부 국경에서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세계 최강 비(非)국가 무장단체'로 알려진 헤즈볼라가 2006년 2차 지상전 때처럼 이스라엘군을 괴롭힌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레바논 남부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는 비국가 행위자 중에서는 가장 군사력이 뛰어난 단체로 정평이 나 있다. 영국 BBC방송은 "헤즈볼라 전투원은 2만~5만 명 사이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 중 다수는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는 등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은 레바논 남부 지형을 훤히 아는 3,000명가량의 정예병으로 구성돼 있다.
무기고도 풍족하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3월 헤즈볼라가 보유한 로켓·미사일이 12만~20만 기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이 공습 등으로 상당수 무기를 파괴했다고는 하지만, 헤즈볼라는 전반적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보다 훨씬 더 정교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게 BBC의 평가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목표는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멀리 밀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헤즈볼라가 2006년 전쟁을 종식시킨 결의안을 이행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종전 결의안 1701호에서 촉구한 대로, 양측 국경과 레바논 리타니강(약 30㎞ 거리) 사이 비무장지대 설립을 바란다는 것이다.
다만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지상전은 (앞선 공습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완충지대'로 만들려 하는 레바논 접경 지역은 산과 바위가 다수인 지형이어서 탱크·차량 기동이 자유롭지 않고, 헤즈볼라의 매복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2006년 2차 지상전 때도 이스라엘 기갑 부대를 효과적으로 매복 공격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전차가 최소 20대나 파괴 혹은 손상됐다. 헤즈볼라는 정교한 대(對)전차 무기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홈그라운드'인 레바논 남부 지형을 꿰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 입장에서 지상전은 더 까다롭다는 것이 알자지라의 분석이다. AP도 "헤즈볼라 군대는 지역 사회에 숨어 있고, (레바논 남부) 지형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입장에서) 지상전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의 지상전 감행이 오히려 유리했던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앞서 이스라엘을 얕잡아 보고 동맹 이란을 과신한 헤즈볼라의 '오만'이 지도부 궤멸 사태를 불렀다며 "이제 이스라엘도 비슷한 함정(오만)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2006년 실패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면 지상전' 대신 '제한적 지상 습격'으로 공격 양태를 축소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