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년 국방비 25% 증액…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채비하나

입력
2024.10.01 15:29
올해 153.2조 원→내년 190.6조 원
역대 가장 가파른 국방비 증액 추세
"경제 전시 체제로 전환됐다는 의미"

러시아가 내년 국방비를 올해보다 25% 높여 책정한 예산안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역대 가장 가파른 증액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 채비 일환으로 풀이된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이날 의회 홈페이지에 발표한 2025~2027년 3개년 재정계획 초안을 인용해 러시아의 내년 국방 예산이 13조5,000억 루블(약 190조5,650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국방 예산(10조8,000억 루블·약 153조2,500억 원)보다 25% 늘어난 금액으로, 역대 가장 가파른 국방비 증가 추세다. 내년에 책정된 국방·안보 예산은 총 41조5,000억 루블(약 588조9,000억 원)로, 러시아 정부 지출의 40%에 이른다.

이번 국방비 증액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2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증액한 국방 예산을 미사일·무인기(드론) 등 무기 확충, 군인 월급 충당에 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비 중 10%가량이 군인 인건비로 지출된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러시아의 반체제 독립 매체 더벨은 "이 같은 (국방비) 증가는 경제가 전시 체제로 전환됐다는 뜻"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끝나더라도 군대와 비대해진 국방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군사와 안보에 대한 지출이 교육, 의료, 사회 정책 및 국가 경제 관련 지출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러시아 사회복지 지출은 올해 7조7,000억 루블에서 내년 6조5,000억 루블로 16%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당초 러시아 정부가 2025년 국방비를 21% 줄일 계획이었다며 "이번 반전은 국가 당국자들이 군대에 계속 (예산 투입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부터 연말까지 진행되는 '가을 징집'을 통해 13만3,000명의 신규 군인을 징집하도록 명령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2026년 국방비는 12조8,000억 루블로, 2025년보다 다소 감소한 금액이 책정됐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