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일본 새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조기 총선'과 '안보 공약'으로 정권 출범 직전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이시바 총재는 30일 예상을 깨고 직접 "10월 27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을 덮으려 말을 바꿨다"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한편으로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구상 등을 두고 "현실성이 낮은 안보 공약을 너무 가볍게 던졌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30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권은 조기에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조기 총선 실시 방침을 공식화했다. 내달 1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되면 △10월 9일 중의원 해산 △15일 총선 고시 △27일 투표 일정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권은 헌법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며 조기 총선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던 이시바 총재가 말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비자금 스캔들 재조사 없이, 냄새가 나니 (선거로) 덮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시바 총재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일본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어 북한·중국·러시아 군사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일본 지위 협정을 양국이 대등한 조건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두고 여기저기에서 비판이 나온다.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당장 일본 내에서도 이행이 쉽지 않다. 전쟁과 전력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 등을 골자로 한 헌법 9조 때문이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맞대응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데, 일본 헌법상 이는 불가능하다. 호소야 유이치 게이오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어도 일본은 회원국 의무를 지킬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개헌 추진은 더 힘들다. 헌법 9조 개정은 일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야당의 반대는 확실하고, 연립여당 공명당과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이 28, 29일 '새 총재가 우선 추진하길 바라는 정책 분야'를 조사한 결과, '개헌'은 3%에 그쳤다.
미일 지위 협정 개정 구상도 '미일 동맹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 방위 의무를 갖지만, 일본에는 미국 방위 의무가 없다. 대신 일본은 미군에 주둔 기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시바 총재는 "대등하지 않은 협정"이라며 괌에 자위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가 미일 간 지휘통제 체계 개편 등 자위대 역할을 확대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요구만 추가한 탓이다. 제프리 호넝 미국 랜드연구소 본부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시바가 공식 요구를 할 경우 동맹 간 마찰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 분야에선 '이시바 쇼크'까지 발생했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시바 총재 선출 이후 첫 거래일인 30일 전장 대비 4.8%나 폭락한 3만7,919엔(약 34만9,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금융소득세 강화 주장 등 이시바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라며 "1990년 이후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첫 거래일 기준으로 최대 하락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