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밀어낸다?" 장기적으로 고용 늘리는 효과

입력
2024.09.30 19:00
한은, 지역경제보고서 이슈 분석
고성장 지역 내국인 임금에도 긍정적
"보완적 인력 유입되도록 정교한 제도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내국인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장기적으로는 내국인 고용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특정 지역과 연령층에는 일부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이영호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과장은 오태희·이장연 인천대 교수와 공동 집필한 ‘지역경제보고서 이슈 분석: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수는 빠르게 증가해 2006년 약 54만 명에서 2022년 약 226만 명으로 4.2배 뛰었다. 2022년 총인구 대비 외국인 비중은 4.4%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체류 외국인의 학력은 고졸자가 42%, 대졸 이상이 32%에 달했지만, 대부분 직무 수준이 낮은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지역에 외국인이 유입돼 내국인 대비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1% 증가했을 때 그 지역 내국인의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국내 내국인 전반의 단기 고용 기회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 누적효과로는 내국인 고용기회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25~39세)과 고성장 지역에서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외국인 유입이 사업 확장이나 생산성 향상 등으로 연결돼 나타난 효과였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중장년층의 고용 기회는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대체 관계가 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노동 공급 충격이 전반적인 내국인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유의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별 성장률에 따라선 장기 영향이 엇갈렸다. 고성장 지역에서는 내국인 임금이 오르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저성장 지역에선 임금 감소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고성장 지역 내국인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대응해 좀 더 특화한 직무로 전환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외국 인력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이 과장은 “내국인과 보완 관계를 가진 외국 인력을 중심으로 유입이 촉진되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내국인 근로자가 더 전문화하고 특화한 직무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교육 지원과 일자리 재배치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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