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김건희 여사를 뽑지 않았다

입력
2024.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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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공천개입 등 끝없는 의혹
영부인 지키느라 제도와 정치 망가져
대통령, 헌법 수호할 의무 자각하라

끝도 없는 의혹에 놀라다 못해 무감해진다. 우리가 선출한 것은 영부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권력은 김건희 여사가 동원되고 거부권이 남용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실, 검찰, 국민권익위, 여당은 영부인에게 복무하는 기관인가. 법 앞의 평등, 검찰의 독립, 대통령의 당무 불개입 원칙은 내팽개쳐도 좋을 하찮은 것이었나.

“(문재인 정부 때)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못 했다”(대통령실)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는, 알고 보니 턴 적이 없었다. 검찰은 4년을 뭉개다 김 여사를 출장 조사했다. 주가조작 컨트롤타워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수사 개시 직후 김 여사 측과 40여 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고, 조작 ‘주포’ 김모씨는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잡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전주(錢主) 손모씨는 최근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받았는데 결국 김 여사만 “빠지는” 것인지 국민은 주시 중이다. 디올백 수수 수사는 아예 코미디다. 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처벌받겠다는데 검찰은 죄가 안 된단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최 목사 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수사팀은 꿋꿋하게 불기소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김 여사는 공천 개입 혐의로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됐다. 제기된 의혹은 2022년 보궐선거 때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청탁에 따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2024년 총선 때 김 전 의원 지역구 이동,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공천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명씨 등의 허풍이라기엔 수상쩍다. 김 전 의원이 당선 후 명씨에게 다달이 세비 절반을 보낸 것, 공천 탈락 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만나 공천 개입을 폭로하고 비례 대표를 받는 거래를 논의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따져 보면 영부인 이슈는 셀 수도 없다. 취임 직후 논란이 된 전용기 탑승 민간인이 김 여사가 공천에 힘썼다는 이 전 비서관의 아내다.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수주, 불법 증축이 문제된 21그램은 코바나컨텐츠와 일했던 업체다. 임성근 구명 로비 경로로 지목된 인물은 도이치모터스의 그 이종호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도 김 여사 일가 땅 때문이란 의혹이 일었다. 해외순방 중 명품 쇼핑, 영부인 화보 같은 대통령실 기록사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여사가 유일하게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한 허위 이력은 어쩌면 가장 가벼운 논란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흠 많은 영부인이 아니다. 영부인 문제를 상식과 원칙으로 해결하지 않는 망가진 제도, 국민에게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가 문제다.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수사팀을 갈아치우고 두 번이나 특검법을 거부해 배우자 방탄을 자처했다. 영부인에게 면죄부를 주려다 수사심의위의 엇갈린 권고 때문에,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 때문에, 궁지에 몰린 검찰을 보라. 사과하냐 마냐를 논쟁할 때는 진작 지났는데도 “무조건 사과는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리는 것”(대통령실 관계자) “사과를 하면 그때부터 더 심하게 (공격이) 시작될 것”(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운운하는 것이 측근들 수준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신경전 또한 국민 염장을 지를 뿐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심리적 탄핵’ 수준으로 일컬어지고 특검 찬성 여론은 65%(26일 전국지표조사)에 달한다. 실체 없는 정치공세로만 보기 어렵다. 국민들은 김 여사가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했던 “내가 정권 잡으면”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있다. 탄핵이 실제상황이 되지 않게 할 방법은 자명하다. 윤 대통령이 자기 자산이었던 살아있는 권력 수사, 법치와 공정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김 여사를 법대로 처분하라.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