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이 달 탐사에 나선 목적은 한 가지다. 달이 우주탐사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달에 기지를 만들면 지구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우주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 달에 묻혀 있는 광물이 중요한 것도 우주 탐사에 활용하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당장 화성만 해도 지구보다 달에서 가는 것이 유리하다.
달 탐사 때 우주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탐사 활동을 하는 월면차로 알려진 월면로봇이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등 세계적 기업들이 뛰어든 월면차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조남석(29) 대표는 우주 탐사라는 원대한 꿈을 위해 2016년 국내 유일의 월면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를 창업했다. 서울 뚝섬로에 위치한 무인탐사연구소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우주 탐사 계획을 들어봤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해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했을 때 ‘허황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그런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조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인류는 지구라는 요람에 누워 있어요. 사람은 편안한 요람에서 벗어나 걷기 시작하며 엄청난 경험을 하고 발전해요. 편안함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우주를 개척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겁니다. 인류는 지구라는 요람을 빨리 벗어나야 해요."
이를 위한 발판이 달이다. "우주 탐사에 나선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화성을 염두에 두고 달을 연구해요. 즉 달과 화성이 연결돼 있어요."
달은 화성을 가기 위한 정류장이다. "지구는 대기층이 두꺼워 우주선이 벗어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지구에서 직접 화성을 가는 것보다 달에서 화성을 가는 것이 경제적이죠. 우주선으로 이틀에서 일주일이면 달에 갈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따로 달에 우주정거장을 만든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유럽 일본 등이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도 수명이 다해서 2030년까지만 유지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2028년까지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만들어요. 이렇게 되면 사람이 달과 우주정거장을 오가며 살게 되죠."
특히 달에서 발견된 광물을 화성 탐사에 이용하면 이득이다. "달 표면에서 희토류와 헬륨, 메탄 가스가 많이 발견됐어요. 메탄 가스 로켓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죠. 달에 가는 것이 늦어지면 달에서 나오는 이득을 가질 수 있는 지분도 줄어들어요."
달 탐사를 위한 조건은 만만치 않다. 달은 낮에 섭씨 127도까지 오르고 밤이면 영하 173도로 곤두박질쳐 온도차가 무려 300도에 이르는 극한의 기후를 갖고 있다. 그래서 물도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 또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여서 우주 방사선이 쏟아지며 수분이 없어 매우 건조하다.
지구에서도 건조하면 정전기가 발생하듯 달도 마찬가지다. 달 표면은 정전기 때문에 먼지가 뜨는 분진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각종 디지털 기기는 미세한 먼지가 침투해 작동하지 않는다. "달에 가져가는 모든 기기는 특수한 방진 설계가 필요해요."
여기에 월면토가 모래밭처럼 매우 고운 입자의 가루여서 일반 바퀴는 푹푹 빠져 구르지 않는다. 그래서 조 대표의 경우 월면차 바퀴를 빠지지 않도록 그물처럼 구멍이 뚫리고 갈퀴가 달린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고무 바퀴는 우주에서 아예 사용할 수 없다. "고무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터지고 우주 방사선 때문에 굳어서 가루로 부서져요."
달의 상태를 잘 아는 조 대표는 1970년대 일본 만화영화 '기동전사 건담'을 좋아하고 2023년 개봉한 우리 영화 '더 문'을 싫어한다. "건담을 보면 월면토 먼지 때문에 로봇이 멈추는 아주 사실적인 장면이 나와요. 반면 더 문은 국내 타이어 회사의 고무바퀴가 나와 비과학적이죠."
달의 가장 큰 문제는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다는 것이다. 한 달의 절반은 낮, 나머지 절반은 밤만 지속된다는 얘기다. "달은 자전과 공전주기가 같아서 낮과 밤이 각 14일씩 이어져요. 이렇게 되면 지구에서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모터를 사용할 수 없어요. 즉 방열 문제가 심각해 까다로운 설계가 필요하죠."
위성위치확인장치(GPS)도 달에서 사용할 수 없다. "GPS 위성도 없고 우주 방사선과 자기장이 심해 GPS와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아요."
이렇게 어려운 조건을 뚫고 과연 스타트업이 달 탐사에 나설 수 있을까. 그는 지난 1월 달에 착륙한 일본 달 탐사선을 예로 들었다. "일본 달 탐사선에 무인 탐사 로봇 '소라큐'가 실렸어요. 일본의 로봇 장난감 '조이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만들었어요. 주먹만 한 크기의 이 로봇이 달 착륙선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죠. 중요한 것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기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사기꾼 아니냐'는 의심을 숱하게 받았다. 정작 그의 기술을 입증한 것은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다. 지난해 대통령실 초청을 받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발 중인 월면로봇을 소개했다. "항우연과 우주 무인 탐사 관련 각종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며 기술을 입증했어요. 태양광을 이용한 무인기를 개발했고 국제화성탐사 모의기지에서 진행된 국내 최초의 우주 로봇 실험도 했죠."
그가 자부하는 것은 로봇 기술이다. 우주, 천체, 물리, 로봇, 인공지능(AI) 분야의 석박사급 인력 15명이 모여 있어 관련 특허 7건을 갖고 있고 국내외 4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앞선 로봇 기술을 이용해 '로버'라고 부르는 무인 달 탐사 로봇을 개발해요. 여기 필요한 각종 부품 개발부터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죠."
그는 바퀴가 달려 꼬마 자동차처럼 보이는 여러 종의 로버를 개발 중이다. "바퀴가 2개 달린 '스카라브'와 4개 달린 '해태', 접을 수 있는 '거북이' 등을 개발 중이죠. 우리 정부가 어떤 형태의 로버를 탑재할지 알 수 없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개발해요. 로버는 배터리로 움직이며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전력을 충전하죠."
4, 5년 걸리는 로버 개발은 경기 안산 공장에서 한다. "공장에 인공 월면토를 깔아 로버 제조와 시험까지 해요. 수십억 원의 개발 비용은 각종 정부 과제를 수행해 충당해요. 다행이 뮤렉스파트너스, 소풍벤처스, 포스텍 홀딩스 등에서 20억 원을 투자받았어요."
로버는 기기 개발이 끝나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항우연에서 우주 환경에 적합한지 우주의 열과 진공, 방사선을 견디는 시험을 해요. 이 시험을 통과하면 내년 11월쯤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로버를 실을 수 있죠."
로버가 달에서 할 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러 임무를 제안받았어요. 분광기 등 채취기를 싣고 달에 가서 광물을 채취해 분석하는 일 등을 할 예정입니다."
목표는 2032년 한국형 달 탐사선에 자체 개발한 로버를 탑재하는 것이다. "가능한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항우연, 카이스트, LG전자, 한화시스템, 코오롱 등 많은 기관 및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관련 업체의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협력 내용은 비밀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 "우스개 소리로 국내에 로켓쟁이밖에 없다고 해요. 모두 발사체와 위성 사업만 하죠. 모두 우주선을 쏠 생각만 하고 가서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아요."
문제는 시장이다. 우주 산업은 시장이 크지 않아 대부분 국가 예산을 들이는 정부 사업에 달렸다. 그렇다 보니 곧잘 참치 가격에 비유한다. "참치 가격은 어선이 출발할 때, 잡을 때는 모르고 팔아봐야 알 수 있어요. 로버 사업도 전 세계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어요. 다만 우리 기술력이 전 세계에서 2군 정도는 되니 브라질, 중동 등 우리보다 기술이 떨어지면서 우주 탐사에 뛰어든 나라들에 로버를 팔 수 있죠."
초등학생 때 엔진 달린 소형 헬기를 만들어 띄울 정도로 비행에 관심이 많았던 조 대표는 동서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를 나와 한양대에서 창업융학과 로봇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한 것은 항우연 권유였다. "학생 시절 우주 개발에 관심이 많아 항우연 연구 행사에 열심히 다녔더니 어느 날 원장이 불러 우주 연구를 해보라며 창업을 권유했어요. 원래 연구원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면 정부 사업에 휘둘리고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들었죠. 얼떨결에 창업해 사명에 연구원 꿈을 담은 연구소가 들어갔어요."
국내 우주 산업의 문제는 시장이 작아 관련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 항공우주 관련 학과가 9개 정도 돼요. 매년 졸업생이 400~500명 나오죠. 하지만 이들이 갈 데가 없어 자동차 기업 등에 취직하죠. 창업하려는 사람도 적어요. 결국 정부가 예산을 키워 우주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 일자리를 늘리는 수밖에 없어요."
그의 꿈은 우주 탐사 분야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적 도약을 이뤄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지금처럼 전 세계가 우주 탐사를 계속하면 죽기 전 생명체가 사는 다른 행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