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예견 가능했는데 대응 안 해" 이임재 전 용산서장 금고 3년형

입력
2024.09.30 15:05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인정돼
재판부 "단계별 대책 수립 미흡"

159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를 받은 이임재 전 서울용산경찰서장이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내려진 유죄 판결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는 업무상과실치사,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형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정시설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는 다르다. 이 전 서장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았다.

우선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사고 위험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규모 인명사상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경찰의 정보보고와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 치안대책, 지리적 특성을 종합하면 경사진 좁은 골목에 보행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험 수준에 따른 적절한 대응 단계를 마련하지 않은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태원일대 행사의 규모와 지리적 특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 교통·기능별 대응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그러나 대책 수립 과정에서 별도의 경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핼러윈데이에 대한 정보 수집이 필요했음에도 정보계를 관여시키지 않고 이날 단 한 명의 정보관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다만 이 전 서장에게 적용된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도착 시간 등 대응 조치 시행 시각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이 전 서장이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금고 2년형,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에겐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