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와 동행하는 교통환경 조성

입력
2024.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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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고령자 교통사고는 3만8,960건이며, 교통사고 사망자(2,551명) 중 1,240명(51.3%)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 886명 중 고령자는 550명(62.1%)이나 됐다. 고령자 교통안전을 위한 방안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제도 개선 차원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제도적 기반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 도입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장치는 전·후방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아도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방지한다. 일본에서는 2012년 도입, 페달 오조작 사고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경찰청은 2019년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를 도입하고, 고령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운전면허 적성검사 대상 연령과 검사 주기를 조정한 바 있다.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혜택과 지원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이동 수단을 마련하고 안경점·의료기기·음식점 등 어르신 이용이 많은 업체와 제휴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고령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한 배려와 실질적인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노인보호구역’ 등 고령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지역, 교차로나 횡단보도 주변으로는 언제든지 어르신이 보행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행 운전해야 한다. 경찰이 추진 중인 대각선 횡단보도나 보행 신호 주기 연장 등 교통체계 개선과 함께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교통안전 시설물 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횡단보도 주변에 어르신이 앉아 보행 신호를 기다릴 수 있는 간이 의자를 설치한 사례도 좋은 아이디어다.

마지막으로, 유관기관 협업과 더불어 모든 시민의 관심이 요구된다. 기관별로 추진하는 교통 정책도 협업해 합동으로 캠페인 교육 등을 진행한다면 시민 관심을 유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교통안전 활동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예산 편성 권한을 지닌 지자체, 자치경찰위원회 등에서는 관련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고령자가 된다. 고령화 사회에 맞춰 모든 시민이 교통사고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어르신들과 동행해 나가는 아름다운 교통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최현석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