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8개 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사의 역할과 책임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특히 금융당국이 도입을 확정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금융지주 차원의 참여를 독려했다.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고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웃도는 은행에서 횡령, 불완전판매가 버젓하고 이에 대한 최고경영자들의 관리 책임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금융권에서 횡령 사고는 10건 넘게 발생했고, 연초 홍콩항셍중국기업(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불완전판매 문제 등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를 가져왔다. 김 위원장이 이날 "금융의 본질은 신뢰"라며 "금융지주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선배 금융위원장'이었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우리금융에서는 올해 100억 원대 횡령 사고는 물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300억 원대 부적정 대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과정에서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 등 계열사에서도 대출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금융 전반에서 통제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달 중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임 회장 앞에서 같은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장들에게 가계부채 관리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금융지주 자회사에서 가계부채 총량의 60%가 취급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은 3개월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내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목표를 수립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