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경로당 농약 커피 사건, 피의자는 숨진 할머니...경찰은 수사 종결

입력
2024.09.30 13:56
농약 마시고 숨져 '공소권 없음' 종결 
평소 화투 치며 회원들과 자주 다퉈
사건 발생 이틀 전 홀로 경로당 출입
집에서 동일 성분 농약 알갱이 발견
농약 음독 직전 통장에 돈 모두 빼내
경찰 "경로당 CCTV 설치 법 마련돼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에서 농약 성분이 든 커피를 마신 할머니 4명이 쓰러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숨진 할머니가 피의자라는 공식 수사 결과를 내놨다. 다만 피의자 사망으로 경찰은 수사를 종결했다. 경북경찰청은 “봉화 경로당 농약 음독 사건의 피의자가 숨져 공소권이 없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종결한다”고 30일 밝혔다. 사건 발생 77일 만이다.

봉화 경로당 농약 음독 사건은 초복인 지난 7월 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에서 발생했다. 점심으로 보양식을 먹고 경로당에 돌아온 할머니 4명이 냉장고에 있던 커피를 마시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중 3명은 이후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지만, 1명은 아직도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 3일 뒤인 7월 18일 경로당 소속 또 다른 할머니 A씨가 농약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달 30일 숨졌다.

경찰은 A씨가 앞서 쓰러진 4명보다 3일 늦게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인 점과 쓰러지기 직전 통장에서 예치금 전액을 찾아 가족에게 전달한 점을 수상히 여기고 수사에 나섰다. 이어 A씨가 경로당 회원들과 화투놀이를 자주 했으며 갈등이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했고, 사건 발생 이틀 전 낮 12시 20분부터 12시 26분까지 경로당에 홀로 출입한 것을 파악했다. 또 A씨 집을 압수수색해 집 주변에 뿌려진 알갱이 모양의 농약을 수거해 앞서 쓰러진 4명이 마신 커피 속에 든 농약 성분과 일치하는 사실을 밝혀내고 살인미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A씨의 범행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진술과 범죄심리 분석 결과를 확보했다. 하지만 A씨가 사망해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직접적인 범행동기를 단정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수사와 별개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피해자의 치료비와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경로당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유사사례 재범을 막기 위해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경로당과 마을회관 안팎에 폐쇄회로(CC) 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령 및 조례개정을 권고하기로 했다.

봉화=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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