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정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1세대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경영인으로서 'G마켓 신화'를 일궜던 구 대표는 무리한 사업 확장을 위해 자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30일 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구 대표를 상대로 △티메프의 재무 기능을 그룹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옮긴 뒤 티메프 자금을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에 임의로 사용(횡령)했는지 △판매대금 지급 불능 등 티메프 재무 상황을 알면서도 돌려막기식으로 입점 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하며 계약을 유지하도록(사기) 했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그룹 자회사들을 상대로 이런 지시를 직접 내리거나, 지시를 이행하도록 압박했는지도 추궁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전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올해 4월 위시 인수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500억 원 상당을 끌어다 쓰며 판매자들에게 가야 할 정산대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금 확보를 위해 상품권 사업을 하는 티몬에 공격적 할인 판매 등 '역마진 프로모션'을 직접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배경에는 큐텐그룹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이 지금까지 파악한 횡령액은 약 500억 원, 사기 규모는 1조4,000억 원대에 이른다.
구 대표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티메프 자금을 두 회사 대표의 사전 승인 없이 대여·차입한 뒤 일부를 갚지 않거나,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각 자회사로부터 매달 수억 원씩 연간 총 100억 원대 자문료를 지급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렇게 자회사의 자금을 제공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문 서비스 등은 적절히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구 대표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 중이다. 그는 올 7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실질적 자금 운용을 보고받고 있지 않았으며 (재무 상황은) 재무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전무)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 전무는 최근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구 대표에게 판매대금 돌려막기의 위험성과 적자 누적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그 위험성까지 경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9일부터 이틀간 검찰 조사를 받은 '티메프' 두 회사 대표의 손가락 역시 나란히 구 대표를 가리키는 중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두 사람 모두 "구 대표가 자금 운용을 세부적으로 지시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두 사람과 구 대표 간 공범 관계도 의심하며 정확한 책임 범위를 가리는 중이다. 의혹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만큼, 구 대표의 검찰 조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