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가득한 시작과 공정위의 노력

입력
2024.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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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 했다. 이렇게 중요한 결혼이 최근 젊은 층에서는 꺼리는 일이 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부부는 1,000명을 기준으로 3.8쌍 정도라고 한다. 10년 전엔 6.4쌍이었던 점을 비교하면 혼인율이 얼마나 급감했는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낮은 혼인율은 낮은 출산율로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 변화’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10년 전 56.5%였으나 현재는 36.4%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혼인율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남녀 모두 결혼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을 꼽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백, 수천만 원의 예식 관련 비용은 신혼부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결혼 준비 비용 자체도 거액이지만 옵션 등 가격 구조가 복잡하다. 이러다 보니 과다한 위약금, 미흡한 서비스 품질, 불투명한 가격 정보 등의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대책을 준비 중이다.

우선 건전한 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결혼 준비 대행업 표준약관’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대행업 시장의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사업자단체 및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2025년 1분기까지 표준약관을 제정할 방침이다.

웨딩업계의 약관 및 표시 광고 사항에 대해서도 불공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위약금 관련 등 불공정 약관이 적발되면 신속하게 시정할 예정이다.

‘깜깜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라는 웨딩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예식 관련 가격 정보도 공개한다. 사진 촬영, 드레스 임대, 메이크업 등 결혼 관련 가격 정보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 등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결혼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수준, 선택의 다양성 등도 평가해 공개한다. 아울러, 청년 세대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쇼트폼이나 카드 뉴스로 제작한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도 꾸준히 보급하고 있다.

과거 남녀가 혼례를 할 때 온 마을 사람들이 축하하고 축복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하는 중요한 행사다. 부부의 새로운 시작에 불공정, 불투명은 빠지고 축하와 축복만이 가득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