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화하는 중동 위기의 중심에 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틀 전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중동 확전 가능성이 고조되자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州) 별장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도버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에서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말로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중동 위기와 관련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미 국방부에 역내 억제력 강화 및 미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미군 준비 태세를 조정할 것을 지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란과 친이란 세력 등이 역내 미군 및 미국 이익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대선(11월 5일)을 5주가량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휴전 제안을 중심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수시로 압박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한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뿐 아니라 예멘 반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예멘 반군 후티의 근거지도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전선 확대'로도 보이는 이번 공습으로 예멘에서 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고 후티 측 보건부는 밝혔다. 이 같은 네타냐후 총리의 '마이 웨이' 행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산 나스랄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네타냐후가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 결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