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키우느라 경력 단절 10년... 이제 등교는 이곳에 맡기고 출근해요"

입력
2024.10.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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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 가봤더니]
"아이 맡긴 뒤 마음 놓고 출근할 수 있어"
아침 간식 주고, 숙제도 도와
부모 대신 학교까지 등교 동행

"남들처럼 9시 정시 출근은 꿈에도 못 꿨죠.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니까요."

출산 이후 10년 동안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해 경력이 단절됐던 최지연(43·서울 중랑구 신내동)씨는 지난 4월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에 아이들 등교를 맡기게 되면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었다. 최씨는 "남편은 일하고 조부모님도 아이를 돌봐줄 수 없어 아르바이트만 해왔다"며 "이른 아침 아이를 맡아주는 곳이 생겨 일찍 출근하는 번듯한 직장을 구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씨는 매일 오전 7시, 7세와 초등학교 4학년(10)인 두 딸을 집에서 10분 거리인 우리동네키움센터 중랑1호점에 맡기고 출근한다.

'서울형 아침돌봄'은 평일 출퇴근 오전 2시간(오전 7~9시) 맞벌이 부모가 자녀를 맡기면 돌봄교사가 대신 등교를 시켜주는 서비스다. 초등학생 자녀의 등교 시각과 부모의 출근 시각이 맞물려 생기는 아침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4월 시작했다. 총 10개의 아침돌봄 키움센터가 시범 운영 중인데 8월 기준으로 4,267명의 아동이 이용했다.

지난달 24일 출근시간대에 찾은 우리동네키움센터 중랑1호점은 돌봄교사와 함께 숙제하는 '숙제파', 모여서 레고 블록을 쌓는 '놀이파', 플루트를 부는 '연습파' 아이들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보통 8시 전후에 아이들을 맡기기 때문에 30, 40분 정도 되는 등교 준비 시간은 돌봄교사들에게 전쟁터 같은 시간이다. 한 교사는 방문하기로 한 아이가 제 시간에 오지 않자 전화해 자는 아이를 깨웠고, 다른 한 교사는 준비물을 집에 놓고 온 아이를 데리고 오기 위해 집을 들렀다. 김금이(58) 센터 원장은 아침 간식으로 누룽지를 끓였다. 아침 간식은 부모와 아이들이 손꼽는 이 센터의 최대 장점. "오늘 아침은 뭐예요?"라고 외치며 센터에 들어선 유모(11)양은 "아침마다 맛있는 밥, 새로운 반찬을 먹으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20명.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초등학생이 대상인데 별도의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등교 전 짝짝이 양말과 산발이 된 머리, 건강 상태는 돌봄교사의 집중 점검 대상. 세 자녀를 키우는 김보람(39)씨는 "아침에 하도 정신이 없어서 아이를 머리 산발인 채로 학교에 보내기도 해 마음이 좀 그랬다"며 "저학년들은 부모 손길이 닿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나는데 선생님들이 아이 차림새까지 정돈해 학교에 보내주셔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 시간 강사로 일하는 워킹맘 김현숙(45)씨는 아침 수업이 있는 날 두 자녀를 맡길 데가 없어 아침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둘째가 센터에 있다 갑자기 아팠을 때 선생님께서 병원까지 동행해 주셨다"며 "제2의 부모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센터는 매일 아이들의 용모, 건강 상태 등을 기록해 운영에 활용한다.

김금이 원장은 "지각하던 아이도 제때 등교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크다"며 "아이들도 즐겁고, 부모님도 안심할 수 있도록 센터를 꾸려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는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를 연말까지 운영한 뒤 수요에 따라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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