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허리케인 피해 중계하다 침수차 운전자 구한 기상캐스터

입력
2024.09.29 15:17
폭스뉴스 소속 밥 반 딜런
물에 갇힌 여성 도움 요청에
방송 진행 멈추고 구조 나서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던 뉴스 기상캐스터가 침수 차량에 갇힌 운전자를 구조한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미국 시민들은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박수를 보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폭스뉴스 소속 기상캐스터 밥 반 딜런은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지역의 침수 피해 현장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었다. 당시 생중계 화면을 보면 그의 뒤편으로는 창문 높이까지 물에 잠긴 흰색 승용차가 있었다. 차 안에는 여성 운전자가 있었는데 딜런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딜런은 방송 도중 여성에게 "911(구조대)을 불렀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여성이 비명을 지르는 등 상황이 위급하게 돌아가자, 딜런은 방송 진행을 중단했다. 딜런은 시청자들에게 "실제 상황이다. 저 여성을 도울 방법이 있는지 살펴본 뒤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물속으로 향했다.

얼마 후 딜런은 차에서 여성을 구출한 뒤 자신의 등에 업고 물살을 헤치며 걸어 나왔다. 이 장면은 방송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중계됐다. 구조 이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딜런은 "차 안에 있던 여성은 거의 목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면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CNN에 따르면 딜런이 구한 여성은 애틀랜타 교외에 있는 빵집에서 일을 하고 귀가하던 안젤리나 마두트였다. 마두트는 도로에 얼마나 많은 물이 범람했는지 미처 알지 못하고 운전을 하다 위기 상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딜런은 구조 직후 마두트가 물에 젖어 추위에 떨자 자신의 셔츠까지 벗어줬다고 한다.

지난 26일 시속 225㎞의 속도로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헐린은 조지아주와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 등을 차례로 강타하며 천문학적인 피해를 남겼다. 헐린으로 인한 사망자는 29일 기준 최소 59명으로 집계됐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이번 허리케인으로 미국 내 재산 피해가 150억~260억 달러(약 19조6,000억~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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