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미국과 핵 공유' 미는 차기 일본 총리 이시바… 한일 관계엔 부담 요소

입력
2024.09.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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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압박에 방위력 강화 추진 
평화헌법 9조·비핵 3원칙에 위배
"한일 미스매치... 반일 정서 우려
韓 내밀 카드 없고, 日도 제한적"

일본 차기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당선 직후부터 '방위력 확충'을 강조해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 인사로는 드물게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인 편이어서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보였던 당초 기대와 달리,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미국 핵무기 공동 운용' 등 동북아시아 내 긴장감을 높일 게 뻔한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일본을 움직일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인 터라, 불안 요소가 쌓이면 양국 관계 진전은 어렵다는 비관론도 상당하다.

이시바, '일본 자위대 명기' 개헌도 찬성

2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지난 27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외교 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틀 안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재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 연합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총재 선거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 미국과의 핵 공유를 주장했다. 더욱이 헌법에 일본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시바 총재의 안보 공약이 모두 동북아 지역 긴장감을 높일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방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쟁 수행 능력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에 위배된다. 미국과의 핵 공유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비핵 3원칙'에도 어긋난다. 이헌모 주오가쿠인대 교수는 "기시다 정권의 방위력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시바 총재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성향이라 (방위 문제에서) 한국과의 미스매치(부조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이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면, 한국 내에선 반일 정서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도 한미일 안보 공조에 긍정적이라 일정 부분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도 존재하는 점에서 (일본 안보 정책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보폭 더 좁아질 수도… 일 정치권도 우려

이럴 경우 한국 정부가 움직일 보폭도 좁아질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한 가운데, 반일 여론마저 더 커지면 한일 관계 개선은 이시바 총재 개인의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자민당 주류 보수 세력의 반발로 이시바 총재가 평소 주장해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과, 과거사 직시 추진 등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헌모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등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양보한 상황이라) 일본에 내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며 "이시바 총재가 일본의 성의 표시를 수용해야만 (과거사 문제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재가 자민당 중심 세력을 외면하기는 힘들기에 총리로서 (한일 관계 진전에)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일본 정치권 내의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사히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평화 중시 기조라 헌법 9조 개정, 아시아판 나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선거 연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