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많았던 코보컵 남자부… 날아오른 토종 공격수들, 정규리그 기대 높여

입력
2024.09.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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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보컵서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제치고
삼성화재 김우진·OK저축은행 김건우
상무 임재영·대한항공 이준 등 토종 공격수 눈길
현대캐피탈 세터 이준협은 '라이징 스타' 상 받기도


올해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 남자부가 11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현대캐피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은 팀들의 예상치 못한 반격과 토종 공격수들의 대활약이 눈길을 끌며 정규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초반부터 거듭된 이변... 결승까지 손에 땀 쥐게 해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진행된 컵대회 남자부는 시작부터 이변의 연속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 조별리그에서 조 3위로 탈락한 데 이어 국군체육부대(상무)가 돌풍을 일으키며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무는 비록 준결승에서 대한항공에 패했지만, 컵대회 역사의 새 페이지를 장식한 공로로 3일 포상휴가를 받았다.

올 시즌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우승) 5연패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은 챔피언답게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지만, 28일 열린 결승에서 현대캐피탈에 가로 막혀 우승을 놓쳤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풀세트 접전 끝에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2(15-25 25-23 19-25 25-19 15-13)로 제압하고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구단 통산 5번째 컵대회 우승으로, 대한항공과 함께 컵대회 최다 우승 1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제치고 대활약 펼친 토종 공격수들

이변의 중심엔 토종 공격수들의 활약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 7,8월에 열리는 컵대회가 올해는 9월 말로 미뤄지면서 4년 만에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가 참여했지만, 실상 코트에서 날아 오른 건 토종 공격수들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삼성화재 김우진과 OK저축은행 김건우, 상무 임재영, 대한항공 이준이다.

정확하고 빠른 공격으로 상대 팀 선수들의 혼을 쏙 빼놨던 2000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김우진은 2020~21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 처음 두 시즌은 다소 고전하는 듯 했지만, 지난해 군 전역을 기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3~24시즌 도중 전역해 팀에 복귀한 김우진은 24경기 72세트를 소화하며 156득점을 올려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컵대회에서도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으로 출전해 15세트를 뛰며 59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72%의 공격 성공률로 팀 내 가장 많은 20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의 김건우도 기복은 물론, 범실 없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범실 없는 배구'를 외치는 오기노 마사지 OK저축은행 감독 스타일에 딱 맞는 선수인 셈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지명돼 OK저축은행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김건우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교체 선수로 뛴 데 이어 3차전에선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이때 김건우는 KB손해보험을 상대로 팀 내 가장 많은 13득점을 올리면서도 범실 '0'개를 기록해 감탄을 자아냈다.


'인생 경기' 펼친 임재영, 선배 그늘 벗어난 이준

전역을 40여일 앞두고 있는 상무의 임재영은 컵대회에서 '인생 경기'를 해냈다. 2020~21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지만, 기복 있는 플레이 탓에 시즌 최다 득점이 43점에 그쳤던 임재영은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 16세트에 출전해 공격 성공률 54.92%로 78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한항공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의 활약도 대단했다. 이준은 2021~22시즌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는데, 곽승석, 정한용에 가로막혀 정규리그에서 23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경기를 거의 뛰지 못한 3시즌 동안 이준은 홀로 칼을 갈았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마저 허를 내두를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그 노력이 컵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이준은 이번 대회 5경기 모두 출전해 총 67득점을 올렸다.


공격수는 아니지만 이번 대회 '라이징 스타' 상을 받은 현대캐피탈의 세터 이준협도 주목할만한 신인 중 한 명이다. 이준협은 2022~23시즌 드래프트 수련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지만, 한 달 여만에 정식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등판에 성공했다. 그간 정규리그에선 26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전 경기 출전하며 맹활약을 펼쳐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뒷받침했다.

한편 29일부터는 여자부가 막을 올렸다. 여자부는 흥행 보증 수표인 흥국생명 김연경 덕분에 현재 4일치 경기가 매진(온라인 티켓 기준)됐다. 여자부 경기는 내달 6일 결승전을 치른다.

통영 =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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