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문제 인식 전환 절실하다

입력
2024.09.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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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문제가 정국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다음 달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최근엔 총선 개입 의혹까지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국감'을 벼르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처럼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재표결과 특검법 재발의 과정에서 야당 공세, 여당 내 파열음, 여론 악화 등이 맞물려 정국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지난 24일 당정 만찬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허송세월하는 모습은 개탄스럽다. 한동훈 대표 측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의 "싸대기 한 대" 발언 등에 친윤계가 발끈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언론플레이를 탓하지만, 맹탕 만찬으로 끝난 것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한 대표와 대화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묵묵부답인 것도 그래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 대한 사적 감정은 내려놓고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2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찬성한다는 응답은 65%였다. 여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각각 58%를 기록했다. 한 대표와의 독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김 여사가 국정의 중대한 걸림돌이란 국민 인식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한 대표를 고립시킨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론 악화도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7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 모두 명품백 수수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도 "용산에 마땅한 장소가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가 공개 행보에 나서며 여론은 더 나빠졌다. 국정 책임자로서 윤 대통령은 민심 수습이 어려워지기 전에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실효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당도 계파를 불문하고 대통령의 인식 변화를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