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촬영, GPS 추적… '직장 내 감시' 신고해도 85% 구제 안 돼

입력
2024.09.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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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정 접수사건 85%는 각하·기각
CCTV·메신저·웹캠 등 감시수법 다양화
"불법 행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에도 
현장서 판단하고 규제할 기준은 부족
회사가 사무실에 직원들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해 감시하고 퇴사할 땐 CCTV 촬영 내용을 약점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사례

직장에서 구성원이나 부하 직원을 과도하게 감시하는 '직장 내 감시'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 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감시 관련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인권위에 접수된 직장 내 감시 피해 진정 신청은 총 77건이다. 전반기 5년간(2015~2019년) 29건이었던 진정 건수는 후반기(2020년~2024년 상반기) 48건으로 늘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직장 내 감시 피해 상담' 내역도 2022년 830건, 2023년 948건 등 연간 수백 건씩 접수되고 있다.

피해 신고 상당수는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근태 감시였다. 특정 직원을 표적 삼아 업무 내용을 실시간 감시한 사례도 있었고, 영업용 차량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직원 동의 없이 수백 회씩 로그인해 이동 경로를 파악한 사례도 있었다. 감시가 일어난 일터로는 사기업, 공공기관, 요양원, 유치원뿐 아니라 전철이나 기차도 포함됐다.

이날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업무용 메신저‧사내 CCTV 설문 결과' 자료에서도 직장 내 감시가 만연한 현실이 드러났다. 직장인 1,000명을 설문한 이번 조사에서 사업장에 CCTV가 설치됐다고 응답한 직장인 5명 중 1명(22.2%)은 CCTV를 이용한 감시로 업무 관련 지적을 받거나 동료가 지적받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특정인을 지칭하며 "CCTV로 감시하고 있다. 곧 잘릴 사람이다"라고 비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업무용 사내 메신저에는 관리자가 메신저를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는데 응답자의 59.9%는 이 같은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CCTV부터 메신저, 웹캠까지…늘어나는 감시 수단

직장 내 감시는 늘고 있지만 피해 노동자 구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2건을 제외한 75건의 피해 진정 사건에 대해 85.3%를 각하(39건) 또는 기각(25건) 처리했다. 피해 구제를 권고한 사건은 8.0%(6건)에 불과했다.

미진한 구제 조치는 직장 내 감시를 둘러싼 '제도적 공백'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사내 메신저를 통한 미동의 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고, 고용노동부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서 CCTV를 이용한 근로자 감시를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일터에서는 직장 내 감시를 인권침해 행위로 문제 삼고 실효성 있게 규제할 법적·인식적 기준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감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기존에 없던 근무 형태도 생겨나면서 직장 내 감시 관련 분쟁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한 대기업이 재택 근무자를 대상으로 보안 강화 목적이라며 웹캠에 얼굴을 인식시켜야 업무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게 하고 자리를 비우면 화면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원격 감시' 논란이 발생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직장 내 감시에 대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부족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감시 수법도 CCTV, 메신저, 웹캠 등으로 다양한 만큼 고용부 등 관계부처의 대대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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